42.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이 화두를 던진다.
"점을 보신 적 있나요?"
네 명 중 나를 포함한 두 명은 본 적이 없고, 두 명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딱 한번 용하다는 점집을 찾은 적이 있다 한다.
화두를 던진 이가 점집을 찾은 이유는 갱년기 부인과 사춘기 딸의 부딪힘이 커 중간에서 힘들어하다, 주변의 소개를 받고 역술인으로부터 조언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 한다.
역술인의 여러 이야기에 부인이 도움을 받았다 하는데, 그 이야기 중 가장 나의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떠한 종교이든 종교 하나를 가져 마음 둘 곳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역술인이 심리상담사 역할도 하는 것이 신기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종교를 찾는 이가 많아지는 것은(객관적인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음 둘 곳이 필요해져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신자이었으나, 세상에서 속된 말로 이르는 '나이롱 신자'이다.
내 성격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의지하여 판단하는 깐깐하고 현실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힘든 일이 생기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을 때면 자연스레 절대자인 신을 찾게 된다. 그리고 신이 주는 위로와 평안함을 얻는다.
나이 들어 현역에서 은퇴하고 나면 주변에 넘쳐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구석에 널브러진 처치 곤란한 짐꾸러미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편이 하나도 없는 느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그마한 일에도 낙심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이러한 감정들을 추스르고 어루만져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사람이든, 취미든, 물건이든.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같은 방향이라 동행하던 점집 방문 화두를 던졌던 이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마음이 힘들 땐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받으세요?"
누군가는 주변의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누군가는 자기가 기뻐 즐기는 취미로부터,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위안을 받을 것이다.
거기다 하나 더해 절대자가 나의 편이고, 나의 마음의 힘듦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도 가끔 위로받고 한숨 쉴 수 있는 평안한 안식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