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한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캐나다
필자가 캐나다에 도착 후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영화 '겨울왕국'이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끝없는 설원이었다.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캐나다에서의 초기 정착기는 그야말로 '눈과의 사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이 한번 내렸다 하면 무릎 높이까지 쌓이는 것은 예사였고, 며칠씩 이어지는 폭설에 아이들 학교는 물론, 마트, 식당,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마저 문을 닫기 일쑤였다.
눈이 쏟아지는 날이면 우리 가족은 의도치 않게 집안에 고립되곤 했다. 당장 마실 물과 쌀, 아이들 간식거리가 떨어질까 봐 눈이 조금이라도 녹으면 1~2주 치 식량을 대량으로 구매해 냉장고를 든든히 채워두어야 마음이 높였다. 캐네디언들이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서 카트 가득 식료품을 쟁여두는 풍습(?)은 아마도 이런 척박한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토록 혹독한 겨울이 누구보다 행복한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눈더미를 마주한 아이들은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추운 날씨에도 집 앞마당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놀이에 빠졌다. 특히 눈이 오거나 쌓였다 하면 휴교령이 내려지는 캐나다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다. 눈이 오기만 하면 "아빠, 내일 학교 쉬는 거 아냐?"라며 은근히 휴교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볼 때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집에서 놀아주고 식사를 차려줘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무게(?)와 앞길 구만리 같은 제설 작업 걱정에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사실 집 안에서만 머물 수 있다면 눈은 낭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치워야 할 눈'이다. 큰 도로와 인도는 카운티(County)에서 제설차와 인력을 동원해 치워 주지만, 내가 사는 주택(타운하우스 형태)의 마당이나 주차장만큼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관리인이 사람이 지날 길만 내어줄 뿐, 차를 빼고 주차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삽을 들어야 했다(실제로, 관리인이 길을 내며 밀어놓은 눈더미가 주차장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국에서도 잡아본 적 없는 삽을 캐나다에서 '절친'처럼 곁에 두게 될 줄이야. 허리가 끊어질 듯한 삽질 끝에 길을 내놓아도, 얼어붙은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질 때면 식은땀이 흐르곤 했다.
최근에는 눈과 관련해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며칠간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할 무렵, 아이들을 등교시키려 학교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바퀴가 눈더미와 얼음 사이에 빠져버린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헛바퀴만 돌뿐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처음 겪는 난감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옆에 주차했던 학부모 한 분이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의 차에서 작은 삽을 꺼내 들고는 내 차바퀴 주변의 눈을 함께 파내며 탈출 방법을 조언해 주었다.
그럼에도 차가 빠지지 않자, 지나가던 다른 남성 운전자가 차를 멈추고 다가왔다. 그는 "나도 이런 경험이 많다"며 웃더니, 직접 운전대를 잡고 능숙한 솜씨로 단번에 차를 눈 구덩이에서 빼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쿨하게 차를 몰고 사라졌다.
눈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던 이방인 가족을 위해 자기 일처럼 발을 벗고 나서준 이웃들. 그날 내가 본 캐나다의 첫인상은 무릎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눈이었지만, 그 속에서 만난 캐네디언들의 마음은 그 어떤 겨울보다 따뜻하고 친절했다. 눈과 얼음의 나라 캐나다에서, 나는 그렇게 사람의 온기로 겨울을 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오늘의 한 마디 (Tips) :
(식수 관리) 캐네디언들은 대부분 수돗물을 그냥 마시지만, 특유의 냄새에 예민하다면 브리타(Brita)와 같은 친환경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생수를 선호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용량 생수를 미리 구비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삽은 필수품) 캐나다 겨울에서 삽은 생존 도구다. 집 주변 눈을 치우는 커다란 '제설용 삽'과 자동차에 실어두고 비상시에 쓰는 '차량용 삽(및 브러시)' 두 종류는 필수로 갖춰야 한다.
(학교 공지 확인) 캐나다 초등학교는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에, 폭설이나 결빙 시 휴교(School Closure)나 등교 지연(Delayed Start)이 빈번하므로, 아침마다 학교나 교육청의 공지메일(또는 문자)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 2026년 3월 12일, 캐나다 동부 작은 마을에서, 동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