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메이플 시럽'의 유래와 생산과정 체험기
캐나다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국기에 새겨진 붉은 단풍잎과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메이플 시럽' 전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면서 수출국으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식품으로는 '메이플 시럽'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필자도 캐나다에 오기 전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가 단풍나무와 메이플 시럽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내 슈퍼마켓이나 공항 면세점에서 많이 보이는 '메이플 시럽'을 보고 있으면, 실제 위 제품들이 100%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으로 만들어졌는지 여부, 수많은 제품 중 어떤 제품들이 좋은 제품이고, 해당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던 차에 도서관에서 첫째 아이가 빌린 '단풍나무'와 '메이플 시럽'에 대한 책을 우연찮게 읽어주게 되었는데, 실제로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이 생산되는 시기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2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로 굉장히 짧고 이때 '메이플 시럽' 생산 농장에 가면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과정과 생산된 '메이플 시럽'을 직접 체험하고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부리나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필자가 살고 있는 동부에도 '메이플 시럽' 생산 농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중 여러 후기를 통해 '슈가 부시(단풍나무 숲) 투어/메이플 시럽 농장 체험'을 예약하였다.
위 '메이플 시럽 농장 체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실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메이플 시럽'을 만들 수 있는 '설탕 단풍나무(Sugar Maple)'가 분포하는 지역이 전 세계에 캐나다와 미국(북아메리카 지역), 단 두 국가만이 있고, 또 위 두 국가 내에도 일부 지역(캐나다 동부, 미국 북동부 및 중서부)에서만 해당 나무가 자란다는 점이다(이는 캐나다가 받은 천혜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메이플 시럽'이 생산되는 과정은 '설탕 단풍나무'의 희생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농장주의 '시럽' 채취를 위한 '힘든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메이플 시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
1. (메이플 수액 채취) 밤에는 영하이고, 낮에는 영상으로 얼음이 녹는 일교차가 큰 2월 말에서 3월 말까지 겨울 내내 겨울잠을 자던 나무가 깨어나 내린 봄비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설탕 단풍나무'는 수액(Sap)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때 드릴로 약 5~6cm 깊이의 구멍을 뚫고, 뚫은 구멍에 철제(또는 플라스틱) '스파우트(Tap)'를 꼽고, 철제(또는 플라스틱) 통을 아래에 받쳐서 수액을 채취한다(단풍나무에서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 수액채취는 중단되는데, 이때부터 쓴맛이 난다고 한다).
2. (시럽 만들기) 이렇게 채취한 수액은 물처럼 투명한 액체(당도 2~3%)인데, 이 수액을 시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솥에 수액을 붓고 '슈가 쉑(Sugar shack)'이라 불리는 목재 건물(수액을 끓일 때 증발되는 수분을 밖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천장과 지붕이 뚫려 있고, 가운데에 큰 아궁이 화덕 있는 건물) 내 큰 화덕에서 끓는점보다 좀 더 높은 온도(약 104도씨) 이상의 뜨거운 열로 수분을 증발시켜 당도가 66% 이상이 될 때까지 가열한다.
3. (최종 필터링 및 보관) 끓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네랄' 등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상태에서 7겹의 필터를 통해 거르고 식힌 후 소독된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과정을 거치면 '메이플 시럽'이 최종 완성된다.
* 놀라운 점은, '메이플 시럽' 1리터를 얻기 위해서는 단풍나무 수액 약 40리터(변환비율 : 40:1)가 필요하
다고 하니, 우리가 먹는 '시럽'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액이 필요한지 가늠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과정을 거쳐 당도가 66% 이상이 된 제품만이 법적으로 '메이플 시럽'이란 단어를 메이플 시럽 병에 표기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많은 양의 단풍나무 수액과 이를 시럽으로 만들기 위한 농장주의 고된 작업이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모든 '설탕 단풍나무(sugar maple)'가 같은 맛을 내는 것이 아니고, 나무 종류, 농장주인의 작업방법, 그리고 수액 채취시기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메이플 시럽' 생산과정에 대한 농장주의 설명을 들은 뒤, 실제 수액 채취시기별로 다른 '메이플 시럽'을 테이스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겨울잠을 마치고 초기에 단풍나무가 생산한 수액의 경우 노란 호박색에 가까운 밝은 색을 내며, 맛도 굉장히 달고 깔끔한 맛이 난 반면에 채취 시기가 중반에서 후반기로 넘어갈수록 색도 짙어지고, 맛도 우리가 먹는 호박엿과 비슷하면서도 무겁고 진한 맛이 느껴진다.
* 이에, 필자는 초기에 생산한 노란 호박색의 '메이플 시럽'을 구매하였다.
이렇게 테이스팅을 마친 뒤 투어 마지막 단계는 대망의 '메이플 태피(Taffy)' 체험이다. 이는 깨끗한 눈 위에 뜨거운 '메이플 시럽'을 부어 끈적하게 굳을 때쯤 막대기에 돌돌 말아 캔디처럼 만들어 먹는 체험인데, 차가운 눈 위에 떨어진 '메이플 시럽'이 굳으면서 눈과 합쳐져 손쉽게 돌돌 말아진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으며, 맛도 달고 끈적한 '메이플 시럽'과 '시럽'에 달라붙은 눈(얼음)을 같이 오도독 씹어 먹는 과정에서 이 둘의 조화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만약 캐나다에 2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캐나다 내 메이플 산지(퀘벡, 온타리오, 뉴브런즈윅 등)를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꼭 '슈가 부시 투어'를 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는 왜 캐나다가 '메이플 시럽'의 최대 생산국이면서, 캐나다 국기에 '단풍잎(maple leaf)'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단풍나무'와 '메이플 시럽'에 자부심이 있는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 마디(Tips) :
(진짜 메이플 시럽 구별법)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당도가 66% 이상인 경우에만 캐나다 내 법적으로 'Maple Syrup'이란 표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시중에 파는 제품 표기에 'Maple Syrup'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자. 만약, 위 표기가 없이 그냥 'Syrup'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는 사탕수수 등 여러 다른 감미료를 혼합하여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성분 함량에도 진짜 '순수(pure)' '메이플 시럽'에는 설탕과 칼슘 이외에 다른 성분표기가 없다.
(우리나라 단풍나무와 차이점)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설탕 단풍나무(Sugar Maple)'만이 '메이플 시럽' 생산에 최적화된 나무이며,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와는 종만 같을 뿐 다른 나무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칼슘,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여 '고로쇠 수액'을 받아 그대로 마시는 문화가 있으나, 이는 전혀 다른 맛과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메이플 시럽'으로는 생산하지 못한다.
(단풍나무 학대 여부) 아마, 메이플 수액 채취 시,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나무를 학대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무에 최대한 대미지를 적게 주기 위해 얇은 드릴로 옅게 구멍을 뚫고 있으며, 한번 드릴로 구멍을 뚫은 곳은 나무가 상처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구멍을 치료하면(메꾸면), 같은 자리는 다시는 구멍을 낼 수 없으며(해당 구멍 위/아래 10cm 정도 역시 구멍을 뚫을 수 없다), 나무가 30~40년 이상을 자라 지름이 약 25cm 이상이 되었을 경우에만 수액을 채취한다고 하니 수액채취도 굉장히 선별적이고 까다로우면서 최대한 나무를 보호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 2026년 3월 30일, 캐나다 동부 작은 마을에서, 동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