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체스를 두고, 햄버거를 먹는다고? 캐나다식 '갓생' 적응기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캐나다의 첫인상은 아마 '평화롭지만 한국에 비해 조금은 심심한 나라'일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눈만 오면 모든 시설이 멈춰 서는 풍경(제3화 참조)을 보며 걱정이 앞섰다. '이 넓은 땅덩어리에 가족끼리만 집안에 갇혀 한국의 밤 문화와 배달문화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였다.
캐나다는 보통 오후 4시 반이면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운동 등 개인 취미 활동을 하고, 마트도 일찍 문을 닫는 '저녁이 있는 삶'이 기본이다. 하지만 두 달간 이곳에서 부딪히며 살아보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바쁘고 활기차게 현지에 녹아드는 나만의 '캐나다 200% 즐기기' 비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정숙은 NO! 즐거움이 가득한 공공 도서관 활용법) 필자가 캐나다에 와서 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동네 공공 도서관이다. 그 이유는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필자도 한국에 있을 때 국립 또는 시립 도서관을 가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개발 등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러 와서 조금이라도 열람실에서 소리를 내거나 떠들면 따가운 옆사람의 눈치와 주의를 받곤 하여 되도록이면 도서관은 공부 혹은 밀린 업무를 위해 찾는 사색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공공 도서관은 도서관이 굉장히 자유롭고 보드게임, 어린이들 장난감, 컴퓨터 등 놀거리가 갖춰져 있다. 즉, 책을 읽을 사람은 읽고, 보드게임(예를 들어, 체스, 카드게임 등)을 할 사람들은 보드게임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볼 사람들은 자유롭게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일례로, 지난 2월에 개최한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캐나다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서관에 모여 같이 중계를 보며 응원을 하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그럼, 이렇게 도서관에서 놀면서(?) 다른 사람들을 시끄럽게 해도 되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심지어 도서관 사서도) 시끄럽다고 주의를 주기는커녕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 하고 웃으면서 지나간다. 또한, 도서관 내에서는 배고프면 식사도 가능한데, 한국에서 냄새나는 음식은 소위 '휴게실'이라 불리는 곳에서만 먹어야 되는 것에 비하면 도서관 열람실 내에서 맥도널드 햄버거 등을 자유롭게 섭취하는 캐나다 공공 도서관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였다.
2. (무료로 배우고 소통하는 공공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하자)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공공 도서관의 경우, 매월 주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렇게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에 잘 찾아보면 남녀노소 모두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여러 게 있다. 일례로, 필자는 영어로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창의적 쓰기(Creative Writing)'라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캐네디언들과 함께, 각자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각자 짧은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의견을 받는 등 글쓰기에 대해서도 배우고, 쉬는 시간에는 같이 보드게임(영화 제목을 얘기하면 장르를 맞히는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최근 아이들 '봄방학(March Break)' 기간(약 1주일)에는 공공 도서관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예를 들어, 종이상자를 이용해 말 만들기, 점토 놀이, 마술쇼, 과학 캠프 등)에 참여하며 1주일 간 도서관에서 가족들과 알찬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 이렇게 공공 도서관은 매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무료하지 않게 여러 활동에 참여하여 서로 배우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3. (나만의 '클럽(Club) 활동으로 취미와 영어공부를 동시에) 캐나다에서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채롭게 취미생활을 같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클럽(Club)' 활동이 많다. 필자의 경우, 집 근처 공공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보드게임 중 하나로 '체스(Chess)'가 있는데,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 '체스'는 관심이 없어 두는 방법도 몰랐다. 이에, 체스를 어떻게 두는 것인지 궁금하여, 공공 도서관에서 매주 열리는 '체스 클럽'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체스'의 세계에 빠져 매주 '클럽' 활동을 하며, 멤버들과 같이 경기하고 배우는 활동을 하고 있다(클럽활동을 하며 체스실력도 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캐네디언들과 대화를 하면서 영어도 배우고 친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일석 이조다). 또한, 아이들의 경우 캐나다의 대표적인 동계 스포츠인 '스케이팅 클럽(지난 4화에서 소개)'에 가입하여, 매주 스케이팅도 배우고 같은 또래의 캐네디언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등 즐겁게 활동하고 있으며, '4-H 클럽 - (지성(Head), 덕성(Heart), 근로(Hands), 건강(Health))의 4-H 이념을 바탕으로 만들기, 가축 키우기 등 여러 체험활동을 통해 청소년 개발을 하는 미국 기반 청소년 조직 네트워크 -'에 참여하여, 동내 캐네디언 아이들과 여러 체험활동을 하는 등 매주 바쁜 '클럽' 생활을 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캐나다에서는 공공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공공 프로그램과 각자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클럽'들이 굉장히 많고, 대부분의 클럽들이 필자와 같은 외국인과 신입 회원들에게 친절하게 열려 있으며, 개인이 관심만 가진다면 누구보다도 바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이에, 필자의 경우, 캐나다에 오면서 오히려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은 활동과 취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렇게 캐네디언들과 어울리며 사교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영어실력과 함께 캐네디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또 즐겁게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다.
* (요약) 결국 캐나다 생활이 즐거울지, 심심할지는 본인의 '관심' 한 뼘 차이에 달려 있다. 한국보다 더 많은 취미를 가지게 된 지금, 필자는 캐네디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매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영어가 서툴러도 괜찮다. 공통의 관심사만 있다면 이곳 사람들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의 한 마디(Tips) :
1. (정보는 생명, 페이스북과 공공 도서관 내 공지사항을 적극 활용하자) 아마, 위에서 언급한 여러 프로그램과 '클럽' 정보는 어디에서 찾고 가입하면 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지역 내의 정보(음식점, 날씨, 행사, 클럽 등)를 공유한다. 이에,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입하여 정보를 찾아보자. 매일 무궁무진한 정보에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이다. 또한, 이와 함께, 공공 도서관에 가면 데스크 위에 매달 열리는 프로그램 정보가 담긴 '프로그램북'이 있으며, 벽에는 여러 지역 '클럽' 홍보 전단지가 가득하다. 이에, 캐나다에 오면 가장 먼저, 동내 공공 도서관에 가서 해당 정보를 찾고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행사 또는 클럽을 찾아보자. 지역 행사 중에는 무료 영화관람이나 음악 공연 등도 은근 많이 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취미는 즐길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못 하는데 소통이 될까?"라고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취미 활동하는 데 있어, 영어는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실제로, 필자가 '체스' 클럽 활동을 하며, '체스' 두는 데 높은 영어실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못해도 회원들에게 친절하게 배울 수 있다). 오히려, 서툰 영어로 이렇게 취미 활동을 하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도움을 받으며 친해지는 과정 자체가 캐나다 생활의 진정한 묘미이다. 취미 활동은 영어 공부를 위한 가장 즐거운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 2026년 4월 3일, 캐나다 동부 작은 마을에서, 동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