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보다 토끼가 더 바쁜 날, '이스터 버니'와 보물찾기
한국인들에게 부활절(Easter)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교회나 성당에서 정성스럽게 색칠한 삶은 달걀을 나누어 주는 모습일 것이다. 필자 역시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성스러운 축일으로서의 부활절에 익숙했던 터라, 캐나다의 부활절 풍경은 사뭇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이곳의 주인공은 삶은 댤걀이 아닌 계란 모양 '초콜릿'이었고, 무엇보다 '부활절 토끼(Easter Bunny)'가 예수님 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달콤한' 유혹
캐나다의 부활절은 부활절 일요일(올해는 4월 5일)과 그 전날인 성금요일(Good Friday), 그리고 부활절 다음 날인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까지 3~4일 간 이어지는 긴 연휴를 보낸다. 연휴 한 달 전부터 마트 명당자리는 알록달록한 토끼와 달걀 모양의 초콜릿, 젤리들이 차지한다. 학교에서도 부활절 바구니를 만들거나 토끼 그림을 그리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동네 마트에서는 아이들이 그린 토끼 그림을 전시하고 투표를 통해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여는 등 캐나다 전역이 '토끼와 초콜릿'의 열기에 휩싸인다.
* 실제, 필자의 아이들도 마트에서 주최하는 토끼 그림 전시회에 야심 차게 참여하였는데(상품이 커다란 이스터 달걀 바구니 - 초콜릿, 젤리 등으로 가득한 - 였다), 안타깝게 당첨은 되지 못했다.
** 또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기념일이 다가오면 가격이 오르는 한국과 다르게, 캐나다에서 부활절 기간 동안 대부분의 초콜릿과 젤리는 할인을 한다는 점이 참 합리적이었다.
2. 집안 곳곳이 보물창고로, '이스터 에그 헌트(Egg Hunt)'
부활절의 백미는 단연 '에그 헌트(Easter Svavenger Hunt)'이다.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면 부활절 토끼가 몰래 와서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숨겨놓고 간다는 전설(?) 덕분에, 부모들은 전날 밤 거실, 세탁실, 서재 등 집안 구석구석에 담긴 플라스틱 달걀을 숨기느라 분주해진다. 동네 커뮤니티나 공원, 심지어 수영장과 스케이트장에서도 이 대규모 보물찾기 행사가 열린다.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눈을 빛내며 달걀을 찾는 모습은 습사 핼러윈의 설렘과 닮아 있다. 신앙 여부를 떠나 모든 아이들에게 부활절은 '토끼가 선물을 주고 가는 기쁜 날'로 각인되는 셈이다.
3. 정적이고 경건한 성당의 부활절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종교 시설 안에서의 풍경이다. 한국의 성당에서는 신자들이 모여 달걀을 나누고 잔치를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 성당에서는 별도의 큰 행사 없이 평소 미사와 다를 바 없이 차분하게 부활을 기념하는 모습이었다. 화려한 바깥 축제 분위기와 대조되는 정적인 미사를 보며 처음엔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 의미는 성전 안에서 경건하게 지키되 삶의 현장에서는 온 국민이 즐기는 '문화적 명절'로 승화시킨 캐나다식 부활절이 참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한 마디(Tips) :
1. (플라스틱 달걀 상자와 초콜릿은 필수) 부활절이 임박하면 마트에서 에그 헌트용 플라스틱 달걀(안에 초콜릿을 넣을 수 있는 빈 통)이 품절되기도 한다. 이에, 미리 사두었다가 아이들이 자는 밤에 집안 곳곳에 숨겨놓으면, 아침에 일어나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가장으로서의 미소와 피로를 잊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2. (커뮤니티 행사를 미리 체크하자) 이 시기에는 지역 도서관(제9화 참조)이나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에그 헌트 행사를 많이 연다. 토끼 분장을 한 이스터 버니와 하이파이브, 허그를 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캐나다의 추억이 될 것이다.
- 2025년 4월 14일, 캐나다 동부 조그만 마을에서, 동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