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천국, 캐나다 공립 초등학교

"공부는 언제 해?" 놀이가 곧 수업인 캐나다 학교 적응기

by 동글이

캐나다행을 결정하며 가장 가슴 졸였던 부분은 단연 아이들(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의 학교 적응이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영어를 배운 적 없는 아이들이 낯선 캐네디언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나의 걱정은 기분 좋은 기우였음을 깨닫고 있다. 오늘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캐나다 초등학교의 풍경과 우리 아이들의 고군분투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안전이 최우선, 예측 불허의 '눈 오는 날의 휴교'


캐나다 학교는 아이들의 안전에 관해서라면 타협이 없다. 제3화에서 언급했듯, 눈이 많이 오거나 폭풍우가 예고되면 가차 없이 휴교(School Closure)를 결정한다.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웬만한 날씨엔 등교를 강행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공지가 새벽에 이메일로 온다는 것이다. 정착 초기,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우리 가족만 덩그러니 아무도 없는 학교 입구에 서서 헛걸음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눈이 오면 아이들이 먼저 "내일 학교 쉬는 거 아냐?"라며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잠자리에 들곤 한다.


2. "우리 학교는 맨날 놀아요!" 놀이 속에 숨겨진 과학


교과서를 펴고 암기하는 수업에 익숙한 한국 아이들에게 캐나다 수업은 그저 '노는 시간'처럼 느껴지나 보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자석의 원리를 배울 때, 아이들은 직접 자기만의 미로를 그리고 자석으로 클립을 움직여 통과시키는 게임을 한다(이를 통해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소개하는 발표도 같이 겸한다). 놀이를 통해 원리를 몸소 체험하는 방식이다 보니,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한다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답을 외우거나 선생님이 칠판에 쓴 내용을 따라 쓰는 것이 아닌, 원리를 궁금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3. 추워도 나가야 한다? 의무적인 '아웃도어 타임'


캐나다 학교 일과 중 가장 독특한 것은 하루 두 번의 의무적인 실외 놀이 시간이다. 오전 간식 시간과 점심시간 이후, 모든 학생은 반드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처음엔 추운 날씨에 나가는 걸 질색하던 아이들도, 놀이 또한 수업의 연장선이라는 선생님의 단호한 훈계(?) 덕분에 이제는 눈밭을 뒹굴며 친구 들과 노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점심 무렵 걸려온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전화를 스팸인 줄 알고 받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둘째 아이가 얼음판에서 놀다 넘어져 교장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하셨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금방 씩씩하게 복귀했지만, 교장 선생님이 직접 부모와 소통하며 아이의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모습에서 한국과는 또 다른 학교 공동체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 물론, 놀이 시간에도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항상 지켜보고 있어, 아이들의 안전은 걱정 안 해도 된다.

image.png 추운 날씨에도 바깥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사진


4. 성적보다는 잠재력, '컨퍼런스(Conference)'의 감동


학부모 상담을 이곳에서는 '컨퍼런스'라고 부른다. 한국의 상담이 주로 성취도나 진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곳 선생님들은 아이의 기질, 장점, 그리고 친구들과의 사회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수학 진도가 늦다"는 말 대신 "아이의 이런 점이 참 창의적이다"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면, 부모로서 아이의 잠재력을 다시금 보게 된다.

인상 깊었던 점은 상담 시 제3의 스태프가 뒤에서 시간 관리와 돌발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상담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오늘의 한 마디(Tips) :


1. (노는 게 노는 게 아니다) 매일 밖에서 놀기만 해서 학습 결손이 생길까 걱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도 3, 6, 9학년마다 주 정부 차원의 학업 성취도 평가(Assessment)를 통해 진도를 체크한다. 학교에서 즐겁게 놀되, 집에서는 기초 학습을 꾸준히 챙겨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2. (친구들과의 대화가 최고의 영어 선생님) 책상에 앉아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부딪히며 "Pass me the ball!" 한 마디를 외치는 것이 아이들의 영어 습득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학교에서의 놀이 시간은 곧 살아있는 영어 수업임을 믿어보자.


3. (답안지에 체크가 많다고 놀라지 말자) 캐나다의 채점 방식은 한국과 반대이다. 즉, 답이 맞으면 체크 표시를 하고 틀리면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이에, 필자는 처음 체크표시 가득한 아이들 수학 채점지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4. (애국심 함양을 위한 ‘오 캐나다’ 국가) 아이들이 매일 아침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가장 먼저 듣는 것이 캐나다 국가인 ‘오 캐나다’이다. 국가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시간에는 선생님, 교직원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 캐나다 국기가 그려진 칠판을 보고 서서 엄숙한 자세로 국가를 경청한다(몇몇은 따라 부르기도 함)고 하니 엄청난 애국심 함양교육을 매일 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한다. 필자의 아이들도 두 달간 거의 매일 듣다 보니 캐나다 국가를 외워 흥얼거릴 정도이다.


- 2026년 4월 7일, 캐나다 동부 작은 마을에서, 동글 -

화, 금 연재
이전 09화캐나다는 심심한 나라? 천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