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시나리오 개발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상상력은 사라지고, 머릿속엔. 딱딱한 관념들이 자리 잡는다고 한다. 나는 이걸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굉장히 사소하고 소심하지만 뻔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효과가 있었는진 잘 모르겠다만 말이다.
내가 쓰는 시나리오들은 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가 있다. 시나리오를 쓰면 항상 나의 주인공들은 단순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약간은 집착적인 면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특이한 상황에 놓이거나, 성격이 특이하다. 나는 이런 나의 시나리오 세계관을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시나리오를 쓰는 데에는 항상 어려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나리오 소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때가 있다면, 정말 말라버린 샘처럼 '소재 고갈 사태'가 지속되는 때가 오는데. 바로 그 시점이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다. 쓰면서도 메가톤급의 씁쓸함이 온다.
이번 나의 소재 고갈 사태는 약 3개월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마지막 소재 고갈 사태는 아마도 작년 2월에서 5월쯤으로 파악되는데, 그때는 1년 넘게 쓴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공모전에 내고 맛본 탈락 때문이었다. 서류는 붙었지만, 질문에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나의 비루한 면접 실력에 나와 당연히 면접관들도 경악했다. 그리고 그 좌절감은 나의 잠재적 아이디어들을 쓰나미처럼 덮쳐버렸다. 아니 산사태로 표현해도 될듯하다. 이런 나의 좌절감을 이겨내는 데에 약 3개월이 들었고, 3개월 후에야 비로소 다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소재 고갈 사태는 정기적으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소재 고갈 사태는 어째서 온 걸까? 항상 이 사태를 마주할때마다 그 원인은 시간이 꽤 지나 봐야 알곤 했다. 아무튼 이 소재 고갈 사태는 버티는 것이 상책이다. 처음엔 생각이 나질 않아서 마냥 스트레스받기만 했는데. 이 고갈 사태를 두 번, 세 번 마주하고 나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생각이 날 때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아이디어를 위해 목 빠지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여차저차 생각이 날 때까지 나를 환기시키고 있으면, 다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최대한 시나리오 쓰는 것 외에 다른 활동들. 여행도 다니고, 전혀 여유롭지 않지만, 여유로운 척 책을 읽기도 해 보면 머리가 깨끗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언젠가'에 기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이 쉬는 시간에 나의 뇌에선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있을 테니.
이 방법대로 3개월째 버티고 있는 지금. 무언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진다. 다시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는 지금. 얼른 뭐라도 써야 한다. 그 시작을 브런치를 통해서 하려 한다. 앞으로 나의 단편영화 시나리오 제작기를 이곳에 조잡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다. 같이 소재를 조사하고 시나리오를 쓰면 혼자 쓰는 것보다야 훨씬 재미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