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과정이 매번 참..
브런치에서 처음 쓰게 될 시나리오 소재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전에 적어둔 메모장을 봤다.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데. 앞선 소재 고갈 사태에서 억지로 글을 쓰려고 할 때 쏠쏠하게 도움이 많이 되어서 애용한다. 소재들은 보통 몇 번의 투과과정 같은 걸 거친 후, 이야기가 된다. 아직 소재의 형태라 어렴풋하게 진행되는 중이지만, 같이 써가는 과정이니 이해해 주길. 서론이 길었지만, 본론을 말하자면 이번에 잡을 소재는 '전자파'이다.
어느 날 외근을 갔을 때, 한 낡은 건물 맨 꼭대기에 위치한 '전자파차단센터' 간판을 봤었다. 건물이 너무 낡아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망한 지 오래돼서 지금은 외관만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창문에 다 해져 군데군데 뜯어져 있는 '전자파차단센터'의 로고를 보며, 이곳을 만든 사람은 전자파를 실제로 느낄 수 있어서 이런 차단 센터를 만든 것일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나의 아이디어 메모장에 적혔다. 메모장에 부유하던 소재는 점점 하나의 이야기로 자라난다. 그것이 어느 정도 자라면 갑자기 튀어나오는데 그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알다시피, 그때는 정말 아무 때나 찾아온다.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의 뼈대가 생각났을 때도 정말 갑자기였다. 버스에서 내려서 잠시 서있었는데. 길 건너편에 이비인후과 건물 간판이 보였다. 간판에서 글자들이 빛나고 있었는데, 이비인후과 글자의 '후'만 가끔씩 깜박였다. 그 모습을 한참 보며 왜 그 글자만 깜빡일까에 대해 생각을 했다. 간판이나 조명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계속 깜박이고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이 '전자파'라는 소재와 이어졌다. 전자파는 우리가 느끼고 보지 못한다. 만약 그 전자파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그 전자파를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 눈에는 전자파를 느끼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나의 소재는 주제와 만나서 이야기로 만들어질 준비가 되었다.
제목은 '전자파 인간'이라고 지었다. 그냥 들었을 때, 외국의 어떤 영화의 제목 같은 느낌인데. 만약 더 좋은 제목이 있다면, 바꿀 생각도 있다. 작명센스가 그리 좋은 편은 되지 못해서 나의 제목들은 다 이런 느낌이다. 뭐. 어쩔 수 없다. 제목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인을 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나는 것들은 아직 제대로 된 아이디어로 느껴지지 않아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조만간,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제대로 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