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재미있어지는 시나리오
원래 내가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기간은 길어봤자 2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구상을 시작한 지 약 1달이 넘어가고 있다. 브런치를 쓰기 전부터 구상하기 시작했으니. 나 치곤 굉장히 오래 걸린 편이다. 물론 생각이 나지 않아서 손 놓고 쉬고 있던 시간들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초반에 고작 '전자파'라는 소재 하나로 끙끙대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것들을 구축해놓은 상황이니 한편으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글로서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크다. 그래도 이야기가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어서 아주 약간의 안도감이 있다. 내 불안감을 다스리고자, 규칙적으로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거의 매일 작업실에 와서 자리에 앉는다. 이제 온전한 백수가 되어 내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행복하긴 하지만. 때때로 놀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있다.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온라인 클래스를 열었다는 광고가 인스타그램에 떴다. 바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료강의를 들어봤다. (이 감독이 누구이고 왜 좋아하는지는 언젠가 이곳에서 다루겠다.) 요즘 시나리오 작가로서 살아가기로 생각만 했지. 막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근 10년 동안 내 당연한 장래희망이었던 영화감독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는데. 강의를 듣고 역시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곧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영화감독으로서도 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사실 이런 나의 걱정들은 냅다 글이나 쓰고 영화나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다.
고민에 대해선 이쯤 하고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자. 지금 현황을 브리핑하자면 큰 뼈대가 나왔고, 그것에 살을 붙여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항상 하는 실험이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통화든 만나서든 이야기에 대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한 결과. 나쁘지 않았다. 흥미롭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모두 다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 그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재미있든 없든 이해가 되는 것 자체가 전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나는 간단한 캐릭터 설정을 하고 줄거리를 적을 예정이다. 그 후에 점차 캐릭터 설정을 고도화시키면서 줄거리도 조금씩 수정해나갈 것이다. 이 과정이 나는 제일 재미있다. 흥미로운 욕구와 결점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면, 딜레마라는 것이 생긴다. 이 딜레마가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갈등을 형성하게 되고, 이 캐릭터가 성장을 하는 것에 있어서 전부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나름의 짜릿함이 있다. 마치 새로운 사람을 창조하는 느낌이다. 나는 이 캐릭터의 이미지를 항상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붙여놓는다. 이러면 어느 정도 캐릭터 분석이 끝나갈 때쯤엔, 이 사람은 거의 나의 친구 같고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 이만 다음 글을 기대하시길. 12일부터 16일까지 제주도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다음 글은 다음 주 주말쯤 올릴 예정이니 참고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