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완성이 단풍이라며 겨울의 완성은 단연 잎이 다 떨어진 쓸쓸한 나무이다. 거기에 눈을 맞고는 흰빛 세상 사이에서 홀로 떨고 있는 고독한 나무는 완전한 겨울의 완성이다.
얼마 전에 갑작스럽게 내린 눈이 그랬다.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 위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축축 쳐진 잎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나무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잔뜩 허리가 구부러진 채 고개 숙인 것을 보고 겨울을 실감했다. 며칠 후 잘려지고 단장된 나무들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한때는 푸른 잎을 무성히 자랑하고, 온갖 열매들을 선사하던 나무였지만 이제 잎을 떨군 나무들은 긴 겨울잠을 준비하는 때가 된 것이다. 그 시기는 피할 수 없으며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완성에는 과정이 필요하다. 뭐든 완성 되기까지 긴 시간과 변화와 과도기가 찾아온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완성을 이루는 일은 없고, 완전한 사람은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자신이 선택한 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때도 있다.
길을 잃고 방향을 잃기도 하고 헤매다가 주저앉기도 한다. 자신감을 잃어가기도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모든 일은 내 선택과 결정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잘 되든 못 되든 끝까지 책임을 지며 감내해야 한다.
다행인 건 한 길만 있지 않다. 또다른 차선책의 길이 존재하며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가면 내가 원했던 목적지는 아니지만 다른 완성을 경험한다. 미완성인 채로 끝날 때도 있어도 과정에 의미가 있다. 결과만 중요하다면 내가 걸어온 그 길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실패와 좌절에도 적당히 굳은 살이 배겨서 처음보다 덜 아프기도 하고, 적어도 작은 성취일지라도 한 가지라도 만족하는 자신과 만난다. 그건 충분히 의미있는 과정이며 완성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