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부 > 하늘이 이야기
사계절 하늘이의 자연
하늘이는 <자연과 아이들>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남자아이입니다. 하늘이는 <자연과 아이들>에 가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자연과 아이들은 말그대로 자연속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어린이집입니다. 그래서 등원하면 아이들과 땅을 밟고 근처에 작은 동산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늘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오던 날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다가 엄마가 가고나서 종일 떼쓰고 울어 눈이 퉁퉁 부었더랬지요. 그런 하늘이를 선생님이 데리고 산책시키시자 자연에 눈을 뺏기더니 조금전까지 흘리던 닭똥같은 눈물이 금방 멈췄지요.
오늘도 하늘이는 등원을 합니다.
엄마가 "하늘이 어린이집 잘 다녀오세요. 밥도 잘 먹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놀거지요? 약속~~~!!!"
그럼 하늘이는
"알았쪄. 엄마도 밥 잘 먹고 하늘이랑 이따가 만나."
하며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들어가지요. 엄마는 그런 하늘이가 대견하기만 합니다. 작년 입할할 때만 해도 어린이집만 간다 그러면 울고불고 하던 하늘이였으니까요.
하늘이는 푸른반 어린이집 선생님을 아주 좋아합니다. 푸른반 선생님은 엄마가 말하는 모습이나 안아줄 때 엄마의 품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봄엔 엄마한테 푸른반 선생님과 기른 상추를 따오더니
"엄마. 이걸로 고기 먹어요."
하더니 여름엔 호박을 따오더니
"엄마. 선생님이 된장 찌게 넣으래요."
하며 신이 났어요.
가을에는 단풍잎으로 만든 예쁜 액자를. 겨울에는 김장김치 한포기를 가져와서는 신나 하던 하늘이였지요.
<자연과 아이들> 의 봄은 파릇파릇해진 새싹들이 먼저 친구들을 반깁니다. 강아지풀이 하늘거리면 친구들이 강아지풀로 코끝을 간질러리며 장난을 칩니다. 요기저기 피어난 들꽃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민들레이지요. 동그랗게 핀 민들레씨를 후후 불면 하하호호 소리가 하늘로 울려퍼집니다.
산책을 하고 오는 길에는 봄에 심은 씨앗과 모종들에 물을 줍니다. 하늘이는
"상추야. 호박아. 고추야. 가지야. 잘 자라."
인사를 건냅니다.
여름이 다가옵니다. 하늘이가 심은 채소들이 쑥쑥 자라서 매일 아침 친구들과 따기 바쁩니다. 고사리손으로 따온 호박이 하늘이 손에 들려있습니다. 싱글벙글한 하늘이에게 선생님이 묻습니다.
"하늘아. 이걸로 뭐할거니?"
"음. 이걸로 부침개 할거예요."
얼마 전에도 하늘이가 갖다준 호박으로 부추를 같이 넣어 부침개를 해주셨는데 고소한 그맛이 생각났거든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장마가 시작 됐어요. 며칠동안 뙤악볕에 비가 내리지 않아 친구들이 심은 농작물이 말라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너무 많이 쏟아지는 거예요. 그것도 며칠 동안이나요. 하늘이는 걱정 됐어요. 실래놀이를 할때도 자꾸 밖을 내다봅니다.
"하늘아. 왜 그러니?"
선생님이 물으시자 하늘이는
"비 맞으니 추울까봐요. 우산 써 줄까요?"
"아냐. 채소들은 비를 좋아해. 비 맞고 나면 하늘이처럼 쑥쑥 자랄 거예요."
정말 그랬어요. 비가 그쳐 하늘이가 채소밭에 가봤더니 다들 키가 커져 있었어요. 그런데 잡초들이 같이 무성해져서 오늘의 할일은 잡초 뽑기예요. 산책갈 때 신는 장화에 벌써부터 진흙이 잔뜩 묻었어요. 친구들은 선생님과 고사리손으로 잡초를 뽑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은 푸른반 아이들에게 잡초를 보여주시며
"이렇게 생긴 것만 뽑는 거예요. 절대로 다른 건 뽑으면 안 돼요. 알았지요?"
"네네. 선생님."
오늘 점심은 하늘이가 유난히 잘 먹네요. 잡초 뽑기 하며 땀을 흘렸더니 힘들었나봐요.
이제 여름방학입니다. 하늘이는 일주일동안 어린이집이 아닌 할머니네 갑니다. 하늘이를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신이 나셨습니다.
"우리 똥강아지."
하실 게 뻔합니다. 할머니가 해주신 고구마맛탕을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가을이 다가옵니다. 아침 산책길이 달라졌습니다. 울긋불긋해진 단풍잎이 하늘이를 반깁니다.
"안녕. 안녕!"
하며 인사합니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도 보입니다. 코스모스가 피어있습니다. 너무 예쁩니다.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하늘이 엄마 생각이 납니다. 행주산성 근처 한강변길에 산책 갔을 때 코스모스를 보신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코스모스가 하늘이처럼 예쁘구나."
하시면서 흰색. 분홍색. 빨간색 코스모스 옆에서 엄마는 하늘이를 안고 아빠는 사진을 찍어주셨거든요.
산에는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있어요. 도토리도 있구요.
"도토리는 줍지 마세요. 다람쥐와 청설모들이 먹을 거니까요."
얼마 전에 하늘이도 청설모를 보았어요. 노란 줄무늬가 있는 귀여운 청설모였어요. 가까이 가서 보려고 했지만 얼마나 날쎈지 금방 나무위로 올라가버렸어요.
"청설모야. 안녕. 또 만나자."
아쉬운 인사를 건냈지요.
이제 하늘이네 채소밭에는 배추랑 무씨가 심겨졌어요. 선생님이 김장할 때 뽑는대서 하늘이는 너무 기대가 됐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밭에 작은 씨가 과연 돋을지 말이예요.
겨울이 다가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아이들의 옷이 두꺼워졌네요. 그래도 산책은 멈추지 않아요. 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너무 추워보이네요.
채소밭에 가보니 무순이 이제 제법 두꺼워진 잎이 됐어요. 그속에 무가 자라고 있구요. 옆에는 배추가 커져갑니다. 배추가 자라면 그걸로 김장을 한다고 선생님이 미리 말씀해주셨어요. 하늘이는 매일 배추가 얼만큼 자랐는지 보고 있답니다. 아빠가 내 키를 자주 재주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배추가 자라면 기쁜 것처럼 아빠도 저처럼 흐뭇했겠지요.
아침에 일어나니 흰눈이 내렸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활기찹니다.
"하늘아. 하늘아. 밖에 눈이 내려. 밤 사이에 하얗게 쌓였네. 우리 하늘이 오늘 어린이집에서 눈놀이 하겠는 걸."
하시면서 장갑이랑 모자랑 목도리. 털장화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주셨어요. 차를 기다리는데 조금 늦게 온걸 보니 길이 많이 미끄러운가봐요. 엄마는
"조심해서 놀고 너무 오래 놀면 감기 걸리니깐 마스크도 꼭 쓰고 밖에 나가세요."
힌시면서 또 한번 손가락 약속을 하셨어요.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오늘은 산책 대신 눈사람 만들기 놀이를 할 거니까 우리 밖으로 모두 나날까요?"
"네. 좋아요."
친구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쏟아졌어요. 겨울이 되어도 눈을 진짜 보기 힘든데 간만에 쌓인 눈에 아이들은 신이 났어요.
"혹시. 감기 걸린 친구들은 실래 활동 할 거니까 미리 얘기해주세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은 듣지도 않고 벌써 밖으로 나가고 있어요. 참 급한 친구들이예요. 하늘이는 엄마가 끼워주신 가죽 장갑 덕분에 눈을 만져도 손이 시렵지가 않았어요. 털장갑을 낀 친구들 얼굴은 금방 울상이 되었어요.
"선생님. 장갑이 다 젖었어요."
하면서 떼를 쓰기도 했고요. 여기저기 눈을 굴려 작은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눈에서 구르는 아이도 있었고 눈을 막 던지며 눈싸움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한 친구는 그런 친구의 장난이 싫었는지
"눈 던지지 말라구."
하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어요. 처음에 밖에 나올 땐 분명히 얼굴이 차가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워졌어요. 열심히 눈을 굴리고 눈밭에서 뛰어노니 금방 열이 났나봐요. 친구들이 만든 눈사람을 여기저기 세워놓고 눈.코. 입을 나뭇가지로 만들어주곤 이제 교실로 들어갔어요. 금방 배가 고파져서 간식까지 맛있게 먹었지요. 간식을 먹으면서도 밖에 혼자 추운 곳에 서 있을 눈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주변을 보니 눈사람도 친구들이 많아 외롭지 않아 보였어요.
하늘이는 집에 가면 오늘 눈밭에서 놀았던 이야기를 쉴새없이 엄마에게 들려줄 생각에 마음은 벌써 엄마한테 가있네요.
내일은 김장하는 날입니다. 앞치마와 머리 수건이 준비물입니다. 아침부터 신난 하늘이에게 엄마는
"하늘이. 할머니집에서 김장하는 거 봤으니까 잘 할 거야. 엄마가 저녁에는 고기 해줄게요. 김장 김치랑 하늘이가 맛있게 먹게요."
엄마는 하늘이에게 김장이 세계 문화재가 됐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하늘이가 선생님께 엄마께 들은 얘기를 말씀드리자
"하늘이는 정말 똑똑하네. 우리 문화재도 알고요."
하시며 칭찬하셔서 기분 좋았어요.
김장이 시작 됐어요. 선생님께서 만들어오신 재료를 배추에 넣으라고 하시며 먼저 보여주셨어요. 하늘이 손에는 고무장갑이 끼워져 있었어요. 빨간 무채속을 한웅큼 집어 배추 사이사이에 넣었더니 선생님께서
"하늘이는 김장을 해봤나 보네요. 왜 이렇게 잘 하지요?"
놀라셨어요. 기분 좋아진 하늘이는 열심히 만들었어요. 친구 얼굴에 고추가루가 묻어 있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었지요. 앞치마에도 빨간 얼룩이 생겼지만 김장은 참 재밌네요. 하원해서는 저녁 때 하늘이가 만든 김장으로 엄마가 해주신 고기 보쌈을 싸서 먹으니 정말 맛있었어요. 엄마는
"이제 하늘이가 매운 김치도 잘 먹네. 언제 이렇게 컸어요?"
하시며 안아주셨어요. 엄마품은 정말 따뜻하고 좋아요. 아빠의 등처럼요.
하늘이를 크게 만든 건 엄마 아빠의 사랑과 자연이예요. 자연속에서 자란 하늘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부쩍 크게 자란 걸 엄마는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내일도 하늘이는 자연과 아이들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 자연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이며 엄마가 읽어주신 동화책을 들으며 잠이 듭니다.
"하늘아. 좋은 꿈꾸고 잘 자렴. 사랑해."
엄마가 밤 인사로 안아주시며 해주시는 뽀뽀는 하늘이를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고 천사가 있는 꿈나라로 빠지게 합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