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호캉스철이 왔다. 겨울이 오고 연말이 되면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몇년 전부터 가까운 호텔에서 편히 쉬다오는 호캉스가 유행처럼 번졌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도심에 있는 호텔에서 연말 파티를 즐기고 편안하게 쉬며 대화 나누다가 푹신한 호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우아하게 조식을 먹는 호캉스가 선호의 이유이다. 코로나 때 여행이 닫혀있을 때는 호캉스가 더 인기였다.
작년 연말에 대학로 근처 호텔에서 친구와 둘이 호캉스를 갔을 때 유네스코 유형 문화재인 종묘를 한 바퀴 돌고 유명한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유명한 녹두전과 분식을 먹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백화점으로 가니 전광판에 화려한 테마의 각종 전시들이 쉴새없이 바뀌면서 그것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여기저기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고 복잡한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도 질서정연하게 트리를 관람하고 안전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그 옆 백화점은 거대한 트리장식과 환한 조명으로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한옥 호텔로 호캉스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면서 포천 스파 펜션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둘은 친구이고 둘은 나이대가 다르지만 벌써 함께 한 시간이 꽤 오래된 모임이라 편한 지인들이다. 남편이 친구들로 가깝게 지내다보니 여자들끼리 더 친해져 따로 만나며 여행과 호캉스를 해마다 가는데 다녀올 때마다 더 가까워지고 진솔한 얘기가 오고 간다.
비 소식에 온도 급강하 예보까지 겹쳐 따뜻한 옷을 입고 출발한 포천은 북쪽이라 더 추웠다. 숙소 근처에 있는 한옥 카페로 가서 따뜻한 대추차로 몸을 보강하며 아름답게 지어진 한옥과 야외에 아담하게 펴놓은 불은 불멍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캠핑 분위기를 느끼게 만든 고즈넉한 카페였다. 카페에서 나와 직접 버섯농장에서 기른 버섯으로 만든 버섯전골로 따뜻하고 푸짐한 식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는 스파와 개인 수영장이 있는 복층으로 넓고 깨끗했다.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수영부터 즐겼다. 작지만 놀기엔 충분해서 한 시간 반 정도를 물놀이를 하고 스파에 들어가 30분 정도 몸을 녹이니 노곤해졌다. 스파는 야외에 있어 스파 위로 나무와 하늘이 보이는데 날씨가 흐려 별이 보이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쉬웠다. 몸은 뜨거운 물속에 얼굴은 차가운 공기에 기분 좋은 묘한 조화였다.
스파에서 나와 씻고 넷이서 하이볼을 한 잔씩 마시며 여행의 묘미인 대화 삼매경이 시작됐다. 한 친구는 고 3이 되는 아들의 대학입시와 피부 트러블 걱정. 한 동생은 딸의 앞으로의 진로와 새로운 계획. 한 언니는 외국에 나갔다가 곧 돌아오는 남편과의 재회와 가족 여행 얘기. 난 내년이면 치러질 아들 결혼 준비 등 많은 얘기들이 진지하게 오고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밤은 흘러갔다. 2층에 마련된 두 개의 푹신한 더블 침대에서 12시 넘어서 잠이 든 것 같다.
공기가 좋은 곳이여서 그런지 깊은 잠에 빠져 푹 자고나서 아침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간단히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 마시고 체크 아웃하고 나온 카페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대형 카페였다.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흘러나오는 캐럴에 마음이 설레였다. 예전엔 12월만 되면 들리던 캐럴을 요즘엔 잘 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곳곳에 설치된 트리와 장식품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했다. 맛있는 빵도 많아 크림과 사인머스켓이 들어간 부드러운 크로와상과 커피. 블루베리 스무디가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전 날 간 카페가 전통식이라면 그 날 간 카페는 현대식이어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모두 누리고 왔다. 요즘 카페는 정말 뷰와 실래장식. 갖가지 빵과 커피가 어우러진 또 다른 여행 컨셉이 되어 인기몰이를 한다.
점심으로 소갈비와 된장 찌개와 냉면을 먹으며 여행 마무리를 하고 다들 일정이 있어 일찍 헤어졌지만 알찬 여행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정과 추억을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호캉스의 좋은 점은 멀리 가지 않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동 시간이 줄고 시내 근처에서 편안히 다닐 수 있다. 남산이나 미술관. 고궁.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거나 광장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을 돌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다.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1년동안 수고하고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란 생각에 쉴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낀다. 12월이면 호텔 예약이 어려운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는 함께 간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이다. 작년 한 모임의 호캉스 때는 한 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진지하게 대화했고 친구들과 연말 여행에선 선물을 교환하며 선물을 받게 된 친구의 장점을 말해주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면 왠지 더 많은 감정들이 몰려와 그런 감정을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더 가까워지며 왠지 한 해가 잘 마무리 되는 삶의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호캉스나 여행은 오롯이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