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by oj


오늘도 수영을 간다. 몸살로 일주일 강습을 가지 못하다가 간만에 가려니 몸이 무겁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일어나기도 싫고 자꾸 이불속을 파고들고 싶어진다. 몸도 마음도 귀찮아졌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섰다.

이틀 전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 안 된 것 같아 강습 대신 가볍게 자유 수영만 했는데도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며칠 쉬면 바로 몸이 반응을 한다. 요즘은 수영이 제법 늘고 숨쉬기가 편해지니 3바퀴는 거뜬히 돈다. 즐겨하는 평형도 재밌고 몸도 건강해지니 귀찮아도 쉴 수 없는 이유가 됐다.

다만 아침 주차 전쟁은 여전하다. 좀 멀리 있는 주차장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날씨가 추워져 걷기 귀찮아서 조금 일찍 출발해도 여전히 기다린다. 예전엔 기본 10분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지루했는데 지금은 기다리면서 브런치를 열어보고 글을 읽거나 쓴다. 그러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올 하반기부터 만난 브런치는 내게 활력을 더했다. 좋은 기회를 가지면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구독을 해주고 라이킷을 해줄 때마다 기쁨과 보람과 열정이 생긴다. 새롭게 쓸거리를 찾고 생각이란 걸 예전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별일 아닌 단순한 일상도 글감이 되었다. 시와 수필을 쓰면서 소소한 일상의 감정을 담아내고 동화를 연재하기도 한다. 글을 올리거나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언제든 자유롭게 글을 읽고 올리니 이런 시간들이 요즘 너무 유익하다.


게다가 허투루 버리는 시간이 줄었다. 일주일에 세 번 수~금만 수업하고 여행과 모임. 영화 관람 등 자유를 누리느라 월.화는 일부러 시간을 비워두었다. 8년 전 수술한 이후부터였다. 일주일 내내 일할 때보다 몸도 편해지고 마음도 한결 가볍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에게 주는 쉼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누리고 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았기 때문에 자격이 충분하다고 다독이며 이틀을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낸다.


아들들이 독립하기 전까지는 저녁 준비에 밑반찬에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취업 후에 각각 기숙사에서 보내다가 주말에만 오니 한가해진 이유도 한몫한다. 큰 아들은 두 주에 한 번. 작은 아들은 매주마다 온다. 주말에 한끼 정도 특별한 음식으로 함께 식사할 수 있게 준비하면서 간만에 북적이는 식탁을 기다린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없었다면 삶이 너무 무미건조 했을 것이다.


나머지 일주일의 시간은 남편과 둘이 여유롭게 보낸다. 명퇴 후에 1년 쉬다가 하루 출근. 이틀 휴무인 제2의 직장 설비팀 여건에 만족하는 남편까지 후반기 우리 부부가 인생의 봄날을 맞고 있다. 수영 외에 요즘 드럼을 배우고 있는 남편은 퇴직자 모임. 친구 모임. 부부 동반 모임 등 나보다 모임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 수영에서 만난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가지면서 나름 바쁘게 지낸다.


나도 매주마다 약속과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아 필요할 때만 외출하고 수업 외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날도 많았다. 그 때마다 유튜브. 네플렉스 등 소일거리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글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남는 시간이 없고 오히려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는 것 같아 즐겁다.


밤에 잠이 안 올 때도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애썼다면 지금은 잠이 안오면 잠이 들 때까지 글을 끄적거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다가 졸음이 오면 그 때 잠을 청한다. 나쁘지 않은 습관이다.


TV 보는 시간도 현저히 줄었다. 수업이 끝나고 피곤하면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자기 전에 리모콘을 손에 들고 침대에 누워서 드라마 한 편 보는 게 낙이었지만 지금은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연인' 처럼 특별히 보고 싶은 것만 시청한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심심할 틈이 없고 할 일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여러모로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바쁘고 역동적으로 보내는 내 삶이 전보다 확실히 윤택해진 것 같아 기쁘고 만족하고 브런치에 감사한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반짝거리며 빛나는 소재와 글이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내 글과 너무 비교되어 부끄러움과 자존감이 확 낮아질 때도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자극을 받으면서도 내 만족이고 내게 에너지를 주면 충분하다 생각하자며 마음을 바꾸니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자꾸 쓰다 보면 조금 유연해지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처음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지고 간결해진 듯하다. 글이 딱딱하고 불필요한 부연 설명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내 글의 헛점들을 발견하고 많은 습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 향상 되고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적금을 모으면 목돈이 되지만 푼돈을 낭비하지 않고 모으는 것도 좋은 습관이듯 부족한 글이지만 차곡차곡 모아둔 내 글도 언젠가 빛을 바랄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심기일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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