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는 삶

by oj


외국과 우리의 중산층 개념이 다른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중산층은 페어플레이. 자기주장과 신념. 불의나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며 프랑스는 외국어 구사. 폭넓은 경험. 사회봉사. 하나의 스포츠. 하나의 악기. 별미로 손님대접 등이 중산층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30평 아파트에 부채가 없어야 하며 2000cc 중형차에 1억원 정도의 현찰과 매년 한번씩 해외여행 등이 중산층의 기준이다. 젊은이들은 연봉이 얼마인지 몇 평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지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숫자가 기준인 우리는 자신의 값어치를 수치로 측정하며 그 수치가 낮아지면 상대적 빈곤을 느낀다. 진정한 가치는 숫자가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음에도 남들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자신의 삶을 낮게 평가하며 불행하다고 느끼고 전전긍긍 한다.

어린왕자도 숫자로 이해하려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질을 말하고 싶어도 숫자로 설명해야 어른들은 이해한다고...


물질이 아닌 마음의 행복과 본질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송아지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과 마른 떡 한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낫다는 내가 좋아하는 잠언의 말씀처럼 행복은 물질에서 나오지 않는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살면서 허울좋은 뜬구름 같은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질은 크게 누리지는 못해도 삶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물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어려움이 따르고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시대가 되었다. 흙수저 금수저를 나누며 부모의 배경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한다. 물가는 치솟고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요즘 사회 인플레 현상은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예전엔 중산층이었던 사람들도 서민층으로 전락 했다며 자조섞인 불평을 한다.

하지만 경험으로 느끼는 많은 이들은 있다. 가진 것이 많아도 집안이 평탄치 않거나 부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자식이 부모 마음을 몰라주거나 때론 마음의 병이 찾아오거나 몸의 질병으로 아무것도 소용 없어졌을 때 물질은 행복의 척도가 아님을 깨닫는다.


지난 번 부산 국제 영화제가 개막되면서 초청되어 13년만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화배우 주윤발을 보면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8천 억대 재산을 기부하고 본인은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도 물질은 내것이 아니라는 공수레공수거 신조와 가치에 경의를 표했다. 진정한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의 삶은 전 세계인들의 사랑과 귀감을 받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가치 소비라는 새로운 풍조가 생겼다. 자기 만족과 보람을 위해 생일. 입학. 결혼. 입사 등 기념일에 선물 대신 기념 기부를 부탁하거나 기부에 동참 한다.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에서도 '같이하는 기념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며 동참을 이끌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런 기부 풍조는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 앞날이 불투명한 젊은이들의 암울한 미래나 MZ 세대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 시키는 이들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선한 영향력은 많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산책을 하자는 플로깅도 환경과 건강을 지키자는 캠페인으로 자리잡는 플로거들도 늘었다. 우리나라 말로는 줍깅. 쓰담 달리기라고 하며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걸을 때마다 기업이 적십자에 기부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환경과 건강. 선한 영향력 확산. 기부 문화 등을 자신들만의 방법과 개성으로 실천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가치를 보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보인다. 한쪽에선 물질이 최고라며 한탕주의. 도박. 마약에 빠져 인생을 망가뜨리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기 삶을 가꾸면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젊은이들도 많다.


SNS가 부정적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 사고. 긍정적 가치. 긍정적 소비 등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들이 끊이지 않는 젊은이들로 우리 사회에 밝은 미래를 꿈꾼다. 더불어 삶의 가치를 물질에서만 찾지 말고 서양의 중산층의 개념처럼 내가 우선이 아닌 우리가 우선시 되고 공동체 모두의 유익을 위한 가치 있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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