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된 꿈

by oj


푸짐하게 싼 똥 꿈을 꾸면 로또를 산다는데 어젯밤에 그런 꿈을 꾸었다. 눈을 뜨자마자 검색을 해보니 재물운이 있는 꿈이라 오늘 로또나 사볼까 생각하면서 잠시 로또가 된다면 뭘 할까 아침부터 쌩뚱맞게 상상을 해봤다.


일단 올해와 내년에 장가 보내는 아들들의 집 문제가 해결 되겠지.

3월에 장가 가는 아들의 신혼집으로 얻은 25평 아파트를 계약금만 넣었지 사실 준비되지 못 했다. 다행인 건 며느리 부모님께서 많은 부분을 감당해 주시기로 해서 부담을 덜었음에도 내놓은 부동산이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아직 팔리지 않아 고민 중이다. 2월까지 팔리지 않을 경우의 수를 대비해서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암튼 결혼 준비에서 집 문제는 가장 큰 관건이다.


예전 우리 세대처럼 빌라나 작은 전셋집으로도 시작하고 시부모님 댁에서 살다가 분가하기도 하던 세대와 완전히 달라지면서 집 문제가 해결 되지 않으면 결혼이 쉽지 않다. 행복 주택이나 청년 주택 신혼 부부 특별 분양 등 예전보다 많은 혜택이 있어도 분양가가 비싸다 보니 엄두도 못 내는 젊은이들도 많다. 어쨓든 부모의 도움없이 요즘 신혼 집을 구하기 참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아들도 이제 직장 2년 차가 되어가지만 1년간 번 돈으로 차부터 사게 되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5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가 있어 결혼 한다고 했을 때 현실로 다가오니 집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내년 봄에도 결혼하는 아들이 또 있어 이래저래 경제적 압박이 큰데 로또가 된다면 걱정 없겠단 생각부터 앞섰다.


피식 웃고 나서 두 번째는 뭘 할까 생각해보니 이번 콩고 선교사님 선교 편지에서 비가 자주 와서 학교 앞에 길이 자주 질퍽거려서 학생들이 다니기 불편해 보도블럭을 깔아야 할 것 같다고 기도 부탁을 하셨다. 선교사님 부부는 외사촌 여동생 부부라 후원을 시작한지 10년 되어가고 있다.

파송 되고 나서 교회 건축하는 것이 가장 큰 비전이었는데 8년 전 암에 걸렸을 때 생각보다 많은 진단금을 받아 콩고의 교회 건축비로 천 만원을 기쁜 마음으로 보냈다. 덕분에 시작된 교회 건축으로 두 번째 교회가 지어져 예배 드리고 있어 뿌듯하다. 그 후에도 아들 취업했을 때나 기쁜 일이 있을 때 특별하게 보낸 선교비가 유용하게 쓰여질 때마다 기뻤다.

파송 받은 교회 후원으로 학교까지 지어지면서 지금은 선교 외에 교육과 말라리아 센터 건축을 목적으로 다양한 선교 활동을 하고 계시다.

우리 네 자매는 나를 시작으로 크진 않지만 매 달 후원비를 보내며 작은 힘을 보태고 있어 늘 고마운 마음을 전해온다. 이번엔 보도블럭 까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고 하니 그 비용도 보태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봤다.


마지막으로 우리 형제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싶다. 진단금이 나왔을 때 형제들이 모두 어렵게 살 때였다. 천 만원은 형제들에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세 자매와 막내에게 나눠서 보냈다. 아파서 받은 돈을 어떻게 쓰냐며 한사코 거부했지만 수술을 하고 건강을 회복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받아도 괜찮다며 선물로 생각하라고 마음을 전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나눈 것이다.

형편이 어렵던 언니들도 지금은 어느 새 자리를 잡고 여유가 생겨 이제 안심이다. 남편이 명퇴하면서 목돈을 만들 기회가 없어 큰 일 앞에선 걱정인데 아들 결혼 때 선뜻 부족한 금액의 일부를 빌려준다는 언니들 덕분에 오히려 든든하다.


우리 오남매 우애는 끈끈하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재산은 없어도 형제들을 남겨주신 덕분에 서로 어려울 때 의지한다. 특이하게도 오남매 모두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모두 10분 거리 내에 살고 있어 그 관계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네 자매가 모이면 늘 친구 같고 화기애애하다. 그런 우리 형제들에게 넉넉히 베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품 가방 하나 없어도 부럽지 않고 고급진 옷과 신발도 필요없다. 우리 남매가 마음 편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는 지인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로또 되면 갚을게요."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하는 지인처럼 로또에 허황된 꿈을 갖는 이들이 꽤 있다.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부터 엡에서 재미로 하는 로또까지 다양하다.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좋은 꿈을 꾼 날은 어김없이 사게 되니 사람의 본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손에 움켜쥔 물처럼 모두 빠져나가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아침부터 똥꿈 하나로 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생전 로또 타령도 안 해본 내가 갑자기 로또가 되면 뭘 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다보니 우습지만 기분 좋은 하루로 시작되니 나쁘진 않다. 이제 허황된 꿈은 그만 꾸고 일어나서 수영갈 준비나 해야겠다.

오늘도 모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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