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by oj


어느 책에서 목표. 방법. 실천 이 세가지는 하나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가 없으면 무의미하고 방법이 옳지 않으면 비효율적이고 실천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셋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잘 살펴봐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했다.


특히 그 중에서 실천의 중요성을 느낀다. 매번 목표만 세우다가 시간을 허비하고 정작 실천을 못 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작심삼일도 참 많이 경험한다. 어릴 때 방학하면 제일 먼저 하라고 시키는 동그란 24시간의 계획표. 자는 시간을 빼고 방학이란 자유를 염두해서 아침 9시부터 일어나 씻고 아침 먹고 10시부터 무조건 공부. 숙제. 문제집 풀기 등의 계획을 세운다. 점심 먹기 전까진 할 일을 해놓고 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자기 전에는 항상 일기 쓰기로 마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이틀만 지나면 물거품이 되고 당찬 의욕을 가득 담고 그린 계획표는 어김없이 무용지물이 된다. 실컷 놀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한꺼번에 휘몰아서 숙제 하기 바쁘고 밀린 일기를 쥐어짜며 썼던 기억은 누구나에게 있겠지.


실천은 시간의 효율성도 높아지게 만든다.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 하다보면 낭비하는 시간이 준다. 수영이 그렇다. 일주일에 세 번 오전 9시 강습을 위해 8시에 나간다. 강습이 끝나고 씻고 오면 10시 30분쯤 되고 그 때부터 집안 일에 식사 준비. 수업 준비 등을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만약 수영을 안 했어도 집에서 분주하게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같았을 것이다. 그 뜻은 일찍 일어나도 빈둥거리다가 아침 시간을 아깝게 버린다는 말이다. 그만큼 계획을 세우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꾸준히 하다보니 이제 습관이 되었고 가장 실천을 잘 하고 있는 일이 됐다.


남은 시간은 오후에 3일 일하다 보니 시간이 많아지고 아들들이 주말에만 오니 사실 많은 계획을 세웠다. 날씨가 좋을 때는 산책. 책을 읽기 위해 가까운 시립 도서관 방문 등.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무기력해지고 계획없이 빈둥거리며 하릴없이 일상을 보낼 때도 많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망각하며 마음 먹은 일을 멀찌감치 밀어둔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다시 각성하면서 정신 차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다가 또 어느 순간 다시 나태해지면서 계속 순환 되는 일상을 반복한다. 마음 먹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오래간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결혼을 앞둔 아들 소식을 전하자마자 잡힌 약속이다. 코로나 이후로 뜸했던 지인들이었다. 둘째 1학년 때 만난 4명의 학부모들 모임이니 거의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로 나이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 우습지만 호칭은 아직도 애들 이름이다.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다가도 다시 만나면 굉장히 친근하고 얘기가 잘 통하는 그런 특이한 모임이다.


그 중 한 지인은 10년 전 뒤늦게 간호조무사를 따서 병원 신생아실에서 오래 일하다가 그 후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선 카페를 해볼까 하며 카페 알바를 했다가 지금은 사회복지사를 따서 복지사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등산이 취미였다가 다리가 아프면서 수영을 배웠고 다리가 조금 낫자마자 작년엔 테니스를 배워 남편과 같이 칠 정도의 실력이 된다고 했다. 언제 배웠는지 드럼과 기타까지 배워 공연 영상까지 보여주었다.


남은 세 사람은 입이 딱 벌어졌다. 난 자기 시간은 24시간이 아닌 48시간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배우는 게 좋아. 근데 실속은 없어. 자기처럼 한우물 파는 게 좋은 거지. 거기다 자긴 자주 여행 다니면서 젤 편안하게 살잖아. 애들도 일찍 결혼시키고 얼마나 좋아. 난 맨날 시간에 쫒겨."

난 절대 아니라고 했다. 하는 일이 많으니 시간에 쫒길 수밖에 없고 즐거우니까 배우는 거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많은 목표를 세워 배우는데 투자하고 시간을 알차게 쓰는 건 부지런하니 가능하다. 갑자기 예전의 내가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예전에 바쁘게 일만 했을 때는 일 끝내면 드라마 한 편 보면서 머리 식히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를 꿰뚫고 있었고 못 본 날은 재방까지 시청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OCN 영화나 케이블 미드를 꼭 시청하면서 자기 전까지 영화를 보았다. 낮에 힘들게 일했으니 저녁 먹고 설거지 끝내고 나면 피곤해서 아무 의욕도 없고 의욕이 없으니 아무 생각할 필요 없는 드라마 삼매경에 빠지면서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 땐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코로나 땐 나갈 수가 없으니 한동안 네플 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미리미리 배우고 싶고 하고 싶었던 걸 왜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핑계라면 바쁘고 짬이 없었다는 이유지만 이제라도 목표 하는 바가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TV나 영화 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네플도 끊은 건 글을 쓰면서 달라진 변화였다. 시간만 나면 글을 쓰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고 <벌거벗은 세계사> 와 같은 유익한 강의를 시청한다. 좋은 정보를 접하면 꼭 메모하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아끼고 지금까진 실천을 잘 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는 특히 더해졌다. 주차 대기로 기다릴 때도 잠이 안 올 때도 열심히 브런치를 읽고 올리다보니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사람 글과 너무 비교 되어 위축될 때도 있지만 과정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인다.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 만족하다.


글에는 힘이 있다. 마음이 정화 된다. 포부가 생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닮게 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면서 점진적인 향상을 기대한다.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고 계획한 일들을 꾸준히 실천 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니 훨씬 활력이 생기고 삶은 풍요롭다.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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