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레. 네 이름의 뜻은 노래를 잘 하는 지빠귀 새라는 뜻이구나. 내 이름의 뜻은 아침 구슬이란 뜻이어서 내 예명을 이슬이라고 지었단다.
네가 아빠랑 둘이서 자동차 집에서 살지만 넌 참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어. 엄마는 천사가 되어 늘 네 옆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네 집은 달팽이집이어서 어디든 집을 옮길 수 있다면서 불평 한마디 없는 너의 어른스러움과 낙천적인 성격은 아마도 먼저 하늘로 가신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 싶어.
화가인 아빠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리지만 노래를 못 하는 것처럼 누구나 장단점이 있어. 완벽하게 다 잘 하는 것만 있지 않고 각각의 재능이 있단다. 네 장점은 그림 외에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 배려와 이해심. 상상력 등 너무 많은데 네가 잠시 정착한 훌러루프 마을에서 학교 다닐 때 만난 너의 선생님은 전혀 네 장점을 모르셔서 안타까웠어.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학생들이 장기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하는데도 네가 알파벳을 이용해 그림 그리며 배우는 너의 상상력을 무참히 짓밟으시더구나. 마치 화단에 핀 민들레를 가차없이 뽑아내신 것처럼 말야.
메를레. 훌러루프 마을에서 잠시 정착한 일은 참 잘한 결정 같아. 아빠의 그림도 잘 팔리고 학교에서 좋은 친구도 만나고 야콥 아저씨나 노래를 알려준 마르가레트 할머니나 시장님 같은 좋은 이웃도 만났잖아.
야콥 아저씨의 그루터기 밭에서 일을 도울 때 아빠가 그려준 네 그림은 단지 어린 소녀라는 다른 점만 빼면 유명한 화가 밀레가 그린 '이삭 줍기' 그림속 농촌 여인들과 비슷한 그림일 것 같았어.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주우며 가난하게 사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처연한 슬픔을 주는 것처럼 왠지 너와 아빠 모습도 그래. 너희 아빠도 밀레처럼 유명한 화가가 되실 거라고 믿어.
메를레. 너의 교실에 들어온 거미를 보고는 놀라 달아나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넌 소중한 생명으로 여겨 밖에 놔주고 왔잖아. 마치 샬롯의 거미줄에 나온 거미와 아기 돼지 윌버의 모습 같았어. 거미는 해충이 아닌 모기를 잡는 이로운 곤충이잖아. 그걸 잘 아는 넌 자연속에서 살고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이겠지. 헤르바르트가 꺾은 나무가지 때문에 네가 화를 내자 너에게 멋진 선물을 만들어주었을 때 좋은 친구가 생겨 기뻤어.
시장님께서 집을 빌려주셔서 그림을 전시하게 해줘서 참 고마웠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시장님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담벽을 페인트 칠해주면서 고마움을 전하는 너와 아빠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고마움을 알고 감사하며 사는 일은 중요해. 고마움을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고마움을 베푼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줘선 안 되는데 너에겐 그런 조언을 안 해도 되겠어.
반면 로즈비타와 같은 이기적인 친구도 있구나. 개구리 다리 뒤에 장난감을 묶어놓아 개구리를 지치게 만들어 죽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로즈비타의 친구가 개구리 사건을 아신 선생님께 네가 고자질 했다고 괜한 오해를 해서 뺨을 때린 일은 정말 심했어.
그 때 네 상처가 컸던 것 같아. 그 후에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메를레. 네가 떠나기 전에 피곤한 헤젤바르트 할아버지를 위해 집 앞에 다리를 놓아주자고 제안한 일은 정말 최고였어. 매일 식료품을 사기 위해 멀리 길을 돌아가셔서 다리가 아픈 할아버지였잖아. 어떻게 그 작은 생각과 마음에서 그렇게 큰 생각을 생각을 했을까. 할아버지 집앞의 다리를 놓을 때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된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어. 누군가를 위해 힘을 보태고 서로 돕는 아름다운 마음은 네가 준 선물이었어. 훌러루프 마을 사람들도 너와 아빠의 그 선한 마음을 모두가 느껴 널 잊지 못할 거야.
메를레. 이제 바닷가 마을로 떠난다고 했지. 그 곳은 또 어떤 곳일까 궁금해. 아빠와 네가 바닷가에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는 모습도 넘실거리는 파도에서 물장구 치거나 조개껍질을 줍는 모습도 바다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아빠와 둘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상상 돼. 네 얼굴에선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을 테고 그런 널 바라보는 행복한 아빠의 모습까지 그려진단다.
메를레. 넌 어리지만 어른 못지 않은 따뜻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어.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아이기에 어디서라도 아빠와 둘이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