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전거> 는 참 인상 깊은 동화 중 하나이지만 무거운 주제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주인공 조엘이 느꼈을 죄책감과 평생 안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을 생각하면 가슴이 참 먹먹한 책이기도 하다.
조엘은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였다. 반면 토니는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다. 조엘은 자신에겐 없는 자신감과 적극성을 가진 토니를 좋아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주립 공원에 있는 '아사의 절벽' 에 가자는 제안만은 내키지 않았다. 너무 가파르고 힘든 코스여서 싫다고 하면 자신이 겁쟁이로 보일까봐 아빠에게 무언의 도움을 요청한다.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실 거라고 믿은 아빠는 의외로 다른 곳에 절대 가지 않기로 약속하고 허락해 주신다.
조엘은 난감했을 것이다. 하고 싶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우리도 가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계속 가야 하나 멈춰야 하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상황. 지금 조엘의 마음이 그랬지만 친구에게 무시 당하기 싫어 자전거 트래킹을 감행한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토니가 놀다가자는 제안을 해 강에서 놀게 된다.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조엘은 제멋대로인 토니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물놀이만 하고 갔다면 좋았을 걸 그 곳에서 두 친구 모두 안타까운 상황을 맞게 된다.
모래톱까지 먼저 가자는 수영 내기를 제안한 조엘은 이기면 자전거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가자고 말할 생각이었다. 수영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쾌히 수락한 토니와 수영 내기를 하고 모래톱에 이르렀을 때 토니는 보이지 않았다.
조엘의 마음은 쿵 내려앉는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한 토니였지만 자존심 때문에 조엘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이다.
싫으면 싫다고 처음부터 자전거 트래킹을 거절하지 못한 조엘이나 수영을 못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토니나 모두 이런 최악의 상황까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당황한 조엘은 젊은 연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토니의 자전거를 버려둔채 혼자 돌아온다.
집에 돌아왔어도 자기 몸에서 계속 썪은 물고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죄책감이 조엘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고 이번엔 아빠를 원망한다. 애초부터 못 가게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 시키고 토니의 잘못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먼저 왔다고 아빠에게 거짓말을 한다.
자기 방어의 대표적 기제가 합리화와 책임 전가. 투사 등이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켜 책임을 회피하는 심리로 누구에게나 있다. 상황이 안좋아질 때 문제를 자신에게 찾기 보단 다른 사람이나 상황 또는 환경 탓을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고 부담을 덜어내며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빠른 상황 대처가 필요하다.
조엘이 자기 잘못을 회피하지 말고 상황을 빨리 알리고 사실대로 말했어야 한다. 자기 방어는 그렇다쳐도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과 먼저 왔다는 거짓말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조엘 자신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단지 두려웠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겁에 질린 것이다. 돌아와서도 계속 자기 몸에 썪은 물고기 냄새가 난다고 느낀 것은 죄책감과 압박감이 조엘에게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경찰이 토니의 집을 찾아오고 방치된 자전거와 벗어놓은 옷가지로 상황의 심각성을 알린다. 아빠는 조엘에게 다시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조엘은 무서웠다. 사실대로 말하며 아빠 탓이라고 다시 원망하지만 아빠는 함께 감당하자며 조엘을 끌어안아준다.
어린 아이가 겪기엔 너무 무거운 짐을 아빠는 혼자 감당하게 하지 않는다며 평생 함께 짐을 짊어지자며 아들을 위로한다. 조엘은 후회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린다. 그 순간 아빠가 왜 그랬냐고 화를 내며 조엘을 다그쳤다면 조엘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아주는 아빠 품에 안겨 분명 시간을 돌이키고 싶고 후회했으리라.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말할 걸. 아빠와의 약속을 꼭 지킬 걸. 토니를 말릴 걸. 수영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볼 걸. 사실대로 빨리 말할 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너무 무거운 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조엘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다. 어린 나이에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진 토니를 생각하면 더 가슴이 먹먹하다. 충격을 받았을 부모 또한 그 삶이 어떠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무모한 도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또 회피하지 말고 상황을 직시하며 문제를 바로 해결해야 한다고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후회해도 늦고 소용 없는 일이다. 다만 남은 사람들의 삶까지 계속 그 부담과 짐으로 더 피폐해져선 안 된다.
조엘은 평생 죄책감으로 억눌리고 트라우마로 견디기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자기 삶까지 망가뜨려선 안 된다. 친구 토니의 몫까지 두 배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토니와 그 부모님께 빚을 갚는 일이다.
이런저런 참사 때 친구나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은 크다. 음주 운전이나 묻지마 범죄로 희생된 가족들은 평생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어떤 이유든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은 가장 큰 아픔이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불가항력적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스스로도 경각심을 갖고 사회적인 안전망도 필요하다. 또 문제 앞에선 회피하지 말고 문제를 최소화 시키고 빨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픔을 겪은 이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도록 위로와 관심. 격려와 위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