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ㅡ가족과 화합한 소희에게ㅡ

by oj

소희야. 달밭 마을에서 살 때 미르와 바우가 기억나니? 친구들은 너를 많이 그리워해. 그 곳에서의 네 모습은 어른스럽고 이해심 많은 아이였는데 어느 새 중학생이 되고 맘 고생 많은 서울생활이 너를 많이 변하게 만들었구나. 힘든 시간이 지금은 너를 방황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 거야.


소희야. 작은 엄마집에서 지내면서 틈틈이 미용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눈칫밥 먹는 네가 안쓰러웠어. 어린 네가 감당하기 힘들어보여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네 처지를 알까봐 두려워하는 네 마음도 다 이해가 됐어. 청소년기에 다친 자존심은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네 자존심이 다칠까봐 너를 스스로 보호하면서 불만스러워도 참고 인내하는 네가 대견했어.


고모를 통해 연락한 엄마가 너를 찾아왔을 때 많이도 놀랐을 거야. 원망도 서운함도 컸고 낯선 어색함도 있었을 거야. 낳아주셨지만 엄마에게 어떤 사랑도 정도 받지 못했으니 당연한 감정이야. 아들을 잃은 슬픔에 엄마를 미워하고 널 못 데리고 가게 고집 부리신 할머니 때문에 키울 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나마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드렸을 거야.


소희야. 가족이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많이 힘들었지? 새아빠도 동생 우혁이. 우진이도 너에겐 넘어야 할 산이었어. 겉으로는 다정해 보이시고 노트북을 사주시면서 마음을 써주어도 왠지 불편해 보였어. 좋은 집에서 편하게 누리고 살면서도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 함께 보낸 시간이 없으니 하루 아침에 가족이 될 순 없단다. 서서히 함께 하며 동화되어 가면서 마음을 열어야 진정한 가족이 되는 거야. 너에게 가족이 생겼다는 건 이제 힘들 때 혼자가 아니고 너를 지키는 울타리가 생기고 네 편을 얻는 거야. 아직은 그런 마음으로 가족들을 받아드리진 못하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소희야. 넌 마치 시간이 멈추고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많이 힘들어하더구나. 차갑고 냉랭한 엄마. 불편한 새아빠. 동생의 심술로 디카 사건도 너를 억울하게 만들고 윤소희에서 정소희로 바뀐 네 성처럼 모는 것이 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어.


결국 고모네집으로 가출을 하는 너의 일탈이 어쩌면 한 번쯤은 필요했다고 생각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무조건 참기만 하면 네 마음을 모르잖아. 너를 데리러오신 엄마와 솔직한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소희야. 너에게 채경이란 솔직한 친구가 있어 기뻤어. 채경이는 영화 동아리에 있는 재서에게 호감을 갖고 넌 지훈이란 선배 남자 친구가 생기고 집에서 말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친구와 나누고 채팅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네 마음을 많이 털어놓았잖아. 마치 일기장에 네 마음을 털어놓듯이. 하지만 지나치면 위험해. 익명성으로 네가 누군지 몰라서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어도 너를 속일 수도 있어 직접 친구와 만나 속을 털어놓는 게 좋다고 생각해.


소희야. 겉으로는 다정하신 새아빠가 사실은 엄마를 폭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이 컸을 거야. 엄마는 또다시 가정을 잃고 싶지 않고 너와 동생을 지키고 싶어 참고 계신 거야. 네가 그걸 알고도 두려워서 모른 채 한 일이 너에게 죄책감으로 다가왔더구나. 미국에 있던 새아빠의 친딸인 리나 언니가 아빠의 폭력에 대항하며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아빠가 사과하신 일도 없었겠지. 리나 언니의 친엄마도 아빠의 그런 폭력을 이기지 못해 이혼하셨는데 계속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빠에게 분노했던 거야.


가정폭력은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이야. 리나도 그 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을 때 얼마나 아픔이 크고 충격이었을지 짐작이 돼. 가정폭력은 절대 일어나선 안 돼. 가장 가깝고 사랑해야 할 가족들에게 준 폭력은 마음의 상처로 돌아와 두려움과 불안을 주어 아이들이 위축 되고 자존감도 낮아지게 만들어. 아빠도 그걸 깨달으셨으면 좋겠어.


리나 언니가 너와 엄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어서 기뻤어.

아빠의 사과를 받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을 때 이제 가족의 관계가 조금씩 변한다고 느꼈어. 아빠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엄마도 마음의 빚을 돈이 아닌 사랑과 관심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동생들도 리나 언니도 이제 진짜 가족이 되어가면서 친가 식구들을 소개받을 때 가족으로 동화 되어가는 것 같았어.


소희야. 너는 하늘말나리꽃을 닮은 강한 아이잖아.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안정되게 생활하진 못 했어도 넌 다 이겨낼 만큼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야.

그걸 이겨내기까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너를 믿었어. 어려움을 이겨 내고 다시 밝고 강한 너로 돌아올 거라고 말이야.

이제 너를 그리워하는 달밭 친구들께 편지도 쓰고 채경이. 재서와 같은 좋은 친구들과도 우정도 나누고 놀이동산에 놀러간 것처럼 추억도 만들고 철없이 해맑은 청소년기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기를 바랄게.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힘들 땐 투정도 부리고 속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네가 밝고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꼭 그럴 거라고 믿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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