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지내면서는 내 집 마련이 내 삶의 이유였다. 처음부터 아파트를 갖고 시작한 친구들이 부러웠다. 청약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청약 없는 분양 신청 기회를 얻어 25평 아파트에 처음 당첨되고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첫째가 태어나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공유할 아이가 생기고 사랑을 쏟아 주시고 육아에 큰 도움을 받으니 한결 편하고 가까워졌다. 2년 만에 분가하고 시부모님은 사업이 바쁜 큰 아들 내외를 위해 아이들이라도 봐주신다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처음 분양 받은 25평 아파트 입주를 시작으로 조금씩 아파트를 넓혀가며 그때그때 삶의 이유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조금 컸을 때는 본격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내 삶의 이유였다. 신혼 때 학원 일이 잘 맞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끊임없이 일을 찾았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일하지 않으면 도태 된다는 강박 관념과 어렵던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 주부로만 있고 싶지 않았다. 원하던 교사가 되진 못했어도 학교 일을 시작하면서 반쪽 꿈이라도 만족하였고 학교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 일해왔다. 적성에 잘 맞아 내 삶의 이유를 찾은 셈이다.
경제적으로 힘들 때는 좀 여유 있게 사는 것이 내 삶의 이유였다. 남편의 회사는 비교적 큰 기업이었지만 신혼 초엔 월급이 많지 않았다. 직급이 오르면서 월급과 상여가 늘었고 저축과 절약으로 조금씩 늘려간 재산은 우리 부부를 보다 여유롭게 했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 결혼한 형제들까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 아버지 수술비며 큰 일에 보탤 사람이 우리밖에 없어 큰 부담이었지만 기쁘게 감당했다. 시댁 형제들의 사업 자금으로 대출을 받아주고 외환 위기 땐 그 비싼 이자까지 내면서 결국 대출금까지 다 갚아야만 했다. 억울했지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큰 수입은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려고 지금까지 일하는 내게 어머님은 늘 애쓴다며 그 수고를 알아주셨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6년전 퇴사한 남편의 명퇴금으로 노후 대책을 해두고 다시 1년 만에 재취업을 하면서 5년째 재직 중이다.
언니들도 형부들의 사업 실패를 딛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조카들도 복지 좋은 직장에 취업 하면서 여유가 생기니 진심으로 기뻤다. 이젠 함께 감당하니 마음의 부담을 많이 덜어 한층 안정과 여유를 찾았다.
삶의 중반을 넘어간 지금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곧 다가올 두 아들의 결혼 숙제를 잘 마치고 건강과 성숙을 바란다. 8년 전 질병이 찾아왔던 내게 지금의 삶은 덤으로 주어진 인생 같다. 여행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도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가능하다. 누구든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이다.
마지막 내 삶의 이유는 감사이다. 지금의 안정과 평안이 그냥 주어졌다고 믿지 않아 늘 감사하다.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흘려보내면서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앞으로 내 삶의 이유가 될 것이다. 혼자 남으신 두 어머님이 평안히 사시고 편안히 떠나실 때까지 지금처럼 며느리와 딸로서 마음을 써드리는 것도 남은 숙제이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삶이었다. 거창한 꿈도 없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삶의 이유를 찾으며 안간힘 쓴 인생 같다. 대학에서 만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중 한 친구는 부모님이 교사 부부셨고 압구정에 살고 있었다. 한 친구는 아버지가 항공사 기장이셨고 어머니는 이대 출신이셨으며 의대생 오빠까지 평창동 대저택에 사는 걸 보고는 내가 참 초라해보였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부러웠던 건 사실이었다.
좋은 배경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철없는 생각도 해봤다. 경기도 변두리 작은 동네에서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부모에게 태어나 겨우 대학 졸업하고 결혼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안간힘 쓰며 가족 모두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지금은 그런 조건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의 이유가 단순했어도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감사할 수 있다.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고 감사해서 행복하다. 계속 글을 쓰는 것도 내 삶의 큰 이유가 되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천천히 달려갈 것이며 내 후반기 삶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젠 여러모로 성숙해지고 싶다. 말과 생각. 행동. 좀 더 성숙한 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