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ㅡ여리지만 강한 잎싹이ㅡ

by oj

잎싹아.

너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보았어.

푸르른 생명력이 살아 숨쉬고

비온 뒤 영롱히 빛나는 잎사귀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리고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어.

살아있다고.

그래서 아직도 꿈꾸고 있다고.

꿈이 없는 자 꿈꿀 수 없다는 말처럼

넌 꿈을 꾸었기에 이룰 수 있었잖아.


처음엔 귀여운 병아리를 키우면서

우리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꿈이 좌절 됐을 때

잠시 포기했지만 살려는 강한 의지는

천둥오리 나그네에게 발견될 수 있어

정말 행운이었어.

나그네와의 우정은 필연이었고.


그토록 소망하던 마당 밖으로 나가

마당 친구들을 만났지만

네가 기대한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했을 거야.

그들 역시 울타리에 갇혀 있을 때의

네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을 테니깐.


마당의 편안함에 길들여진 식구들은

더 이상 너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어.

어디서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지.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는 두려운

미지의 커다란 야생에 나갔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찾은 것 같았어.

두렵고 불안했을 텐데도

당당히 맞서고 멋지게 개척해 나가더구나.


족제비에게도 맞서고

청둥오리 나그네와 우정도 나누고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반기고

모험을 즐기는 널 보며

무엇이 널 강하게 만들었을까.

그건 바로 꿈이었어.

자유롭고 싶다는 네 꿈.


뾰얀오리의 알을 품어준 네가 고마워

또다시 생명을 지켜준 나그네의

우정과 용기와 희생이 빛났어.

족제비에게 희생된 뾰얀 오리의 알을

품어준 널 위해 자신을 사냥감으로

내어주면서까지

너와 새끼를 지키고 싶었던 거야.


그토록 원했던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고 싶던 네 꿈이 이루어졌을 때

"꿈은 이루어진다." "꺾이지 않는 마음"

응원 문구가 떠올랐어

네 삶이 그랬으니깐.


아빠의 부성으로 태어난

초록머리를 넌 누구보다

사랑으로 강하게 키워냈잖아.

족제비와 맞서 싸워 눈을 다치게 만든

큰 용기가 작고 여린 너의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도 모성이고 사랑이겠지.

모성은 정말 강한 힘을 발휘해.


초록머리가 마당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서운했을 거야.

게다가 주인에게 붙잡혀 날개 끝을

잘리게 될 위기도 겪고.

주인에게까지 맞서 싸워 초록머리를 지켜낸 힘은

너이기에 해냈고

위대한 모성이기에 가능했어.


예전엔 불이 나서 큰 아이들 둘을 데리고 나온

엄마가 집안에 혼자 남은 아기를 구하러

다시 불속으로 들어갔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었어.

부모이기에 가능한 용기이고 사랑이야.

바로 너처럼.


어려운 일을 견뎌내다 보면

어느 새 강해지고 단단해진

초록머리를 보니 진짜 네가 낳아 키운

너를 닮은 자식 같았어.


초록머리를 저수지로 데려가서

천둥오리 무리들과 함께 지내라는

나그네의 약속까지 지켜냈구나.

초록머리가 네 품이 아닌 자유롭고 넓은

세계로 갔어도 널 끝까지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 잊지 않을 거야.


잎싹아.

초록머리를 떠나보낼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허전함이 상실감이 컸을 거야.

족제비의 새끼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모성과 약육강식의 질서를 받아드리며

비굴도 나약함도 아닌 당당하게

목숨을 내어준 네 마지막 모습은

정말 뭉클했어.


끝까지 꿈을 잃지 않고 새로운 꿈을

또다시 꾸고 있는 널 보며

그 당당함과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


네가 살아오며 개척한 삶은

약하지만 강함 그 자체였고

꿈과 희망에 뜨거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당차고 멋진 삶이었어.


우리내 인생과도 다르지 않아.

꿈도 쫒고 좌절도 맛보고

간절히 원하는 소망을 갖고

이루어지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


그러다가 좀 더 성숙해지면서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짐도 경험하고

너처럼 마지막까지

평온하기를 바라면서 살겠지.


고마워. 잎싹아. 이제 편히 쉬렴.

나그네와 초록머리는 너를 무척

자랑스러워 하며 기억할 거야.

우리가 너를 기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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