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수면 습관

by oj


나이대별로 수면 습관은 참 다르게 흘러간다. 청소년기 땐 엄마가 깨워야만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다. 청소년기 내내 그랬던 것 같다. 고3때는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집에 가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자율학습 시간에 맞춰 가려면 힘들었다. 그래도 6시간 이상은 잤다. 3~4시간 자지 않고는 대학에 가기 힘들다는 선생님의 말은 나를 자극시키지 못 했다.


청년기 때는 올빼미형이었다. 새벽 늦게까지 뭔가를 하다가 3시쯤 잠이 들면 다음 날은 12시 전에 일어나면 다행이었다.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다가 자고 연애 편지도 쓰면서 새벽 시간을 즐겼다. 강의가 없는 날은 의례히 그랬고 주말이면 당연히 그랬다. 이런 잠 습관이 취업 후 사회 생활 2년 동안 출근 시간에 쫒기며 힘들었지만 결혼 전까지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는 일산에서 서초동까지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을 챙겨준 일이 거의 없다. 6시 반이면 출근하는 남편의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엔 내 잠 습관이 올빼미형에 길들여진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시부모님과 살면서도 눈치보지 않고 늦게 일어났다. 남편 아침밥을 걱정하는 어머님 앞에서 나를 옹호해주었다. 천천히 가도 되지만 차 막히니까 아침은 회사 앞에 가서 간단히 먹는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켰다. 그럴 때면 시어머님 눈치가 살짝 보이긴 했어도 어쩌랴. 안되는 걸.


신혼 1년만에 첫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내 잠 습관은 송두리채 바뀌었다. 모든 생활이 아이에게 촛점이 맞춰졌다. 저녁 8시면 잠을 자는 아이는 배꼽 시계가 정확히 3시간에 한 번씩 울렸다. 11시. 2시까진 괜찮지만 5시에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엄마니까 눈이 떠진다. 남편을 위해선 못 일어나던 나의 새벽잠은 아이를 위해선 일어나고 눈이 떠지는 게 신기할 뿐이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우유를 먹이고 다시 재우면 8시까지는 같이 잘 수 있었다. 아침이면 의례히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1시간 정도 더 자고 또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차츰 적응 되고 아이가 4살 되었을 때 둘째가 태어났다. 시댁에서 2년만에 분가하면서 육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혼자 감당하며 다시 돌아온 육아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특히 깊이 잠에 빠지다가도 새벽에 일어나서 우유 먹이는 힘든 일이 다시 반복된 것이다. 그 버거움이란.


세 살 터울인 둘째는 다행스럽게도 아침까지 쭉 자는 순한 아이였다. 새벽에 한 번 정도 일어나면 기저귀 갈아주고 우유 먹이면 늦게까지 잠을 자서 순탄하게 키웠다. 첫째가 낮에는 동생의 흔들 침대를 밀어주고 목욕시킬 때 손도 잡아주었다. 터울이 있다 보니 어느 새 커서 제법 의젓한 형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별 어려움없이 지내다가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특히 고3이 되니 잠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독서실에서 새벽 2시에 오는 아들을 봐야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깊은 잠을 못 자게 되고 3년 터울로 1년씩은 자다 깨다 반복 하다 보니 늘 피곤했다.

큰 아들이 대학 입학하고 입대를 하고 작은 아들도 학교 근처에서 다니다보니 이젠 원없이 잠을 자도 됐다. 하지만 이젠 몸이 안 따라주었다.


그즈음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면서 불면증이 찾아왔다. 도무지 잠이 안와 일찍부터 잠자리에 누웠어도 뒤척거리기가 일쑤였다. 다음 날 일상이 힘겨울 정도로 불면증은 정말 괴롭다. 며칠동안 잠을 깊게 못 이룬 날이면 어김없이 다음 날 두통이 찾아오고 피로감이 더해진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그 뒤로는 조금씩 나아졌다.


최근부터는 이상하게 초저녁 잠이 쏟아지고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눈이 뜨게 됐다. 어떤 날은 뉴스를 보다가도 눈이 감기고 푹 잤다 싶어 일어나서 새벽 한두 시인 걸 보고 놀란 날도 있었다. 그러면 바로 잠이 오지 않아 글을 끄적거리다 보면 다시 졸음이 와서 잠이 들고 그런 잠 습관이 자주 이어지고 있다. 남편이 갑자기 할머니가 된 것 같다고 놀릴 정도이다. 외출하고 오면 무조건 침대에 눕는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쉬어야 피로가 풀린다. 그러다가 잠깐이라도 낮잠을 잔 날은 몸이 개운하다.


일찍 자니 푹 잔 느낌이고 하루가 길게 느껴져 나쁘진 않다. 여름엔 특히 낮이 길어 시간이 남아도는 느낌이었다. 올빼미형일 때 빼앗겼던 아침 시간을 활용하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고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더니 정말 그런걸까. 젊을 땐 잠이 부족하고 피곤해서 베게만 베면 잠이 왔는데 나이 드니 잠도 내 맘대로 안 된다. 조금 더 나이들면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씁쓸하다. 내 몸도 맘대로 안 되면 더 서글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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