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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부모 마음

by oj


아들 결혼이 두 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나이가 어린데 그것도 둘째가 먼저 장가를 가게 됐다. 첫째도 여자 친구가 있어 내년 쯤 결혼한다고 하면서 먼저 보내라고 쿨하게 양보했다.


아들이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서 나간 동문 미팅에 대타로 나갔다가 여자 친구를 만나 5년째 교제 중이다. 주말마다 와서 데이트하는 것도 지치고 간호학과여서 간호사가 되면 너무 바빠 결혼 준비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먼저 결혼하고 병원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결정한 일이다.

병원은 정해졌고 3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사한다고 해서 3월 초로 예식을 잡았다. 아직 이르고 벌어둔 것도 없어 큰 걱정이었지만 결혼 안 하겠다는 비혼주의가 많다보니 가고 싶다고 할 때 시키는 게 좋겠다 싶어 서둘러 준비했다.


첫째는 대학 동문 여자 친구를 졸업 후에 친구 결혼식과 집들이에서 오래간만에 만나 연인이 됐고 1년 조금 넘어가고 있다. 자기는 내년쯤 하고 싶다고 동생 먼저 시키라고 했지만 처음엔 소식을 들은 시어머님께서 펄쩍 뛰셨다. 형이 있고 나이도 어린데 형부터 시키라고 단호하게 말하셨지만 큰 아들도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고집을 꺾으셨다. 여자 친구도 없는 큰 손자가 동생 결혼을 지켜볼 때 짠한 마음일까봐 걱정이셨고 동생 때문이라도 결혼을 서두를 것 같다고 생각하셔서 반대하셨다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에 허락하신 것이다.


요즘은 본인들이 다 알아서 준비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예식장도 청첩장도 예물도 모두 알아서 준비하고 의견을 묻고 간단히 상의만 했다. 예단. 폐백 등을 빼고 간소화 해서 전세집을 얻는데 올인했다. 신부쪽도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고 세 달 전에 집을 얻고나니 준비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아들은 회사 서틀이 오는 곳에 며느리는 30분내 병원 출근하는 곳에 아파트를 얻고 이제 다음 주면 가전. 가구가 들어온다.

암튼 형제들 중에서도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결혼시키는 내게 온갖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준비를 다 마치니 이제 자잘한 것들이 필요해 보였다. 생활 필수품과 필요한 물건 등이 생각나서 하나둘씩 챙기다보니 짐이 한가득 쌓였다. 쌀부터 김치와 양념들까지 메모를 해두고 하나씩 준비하니 이제 정말 실감이 났다.


인천에서 3년 대학 앞에서 원룸 자취를 할 때 소소한 것들을 챙겨 짐을 실어나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말이면 오던 아들이 집에 가서 해먹을 수 있게 소분해서 담아주던 음식 생각도 나고 남편은 김치찌개나 다른 요리할 때 넣으라고 만능 양념장을 만들어주던 기억도 났다. 그 때는 혼자였지만 이젠 둘이고 제대로 된 살림살이니 준비할 게 훨씬 많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비데나 멀티탭. 공구 등을 사놓고 나는 나대로 명절 때 들어온 샴프 세트나 참치. 스팸. 양념 세트 등 필요한 것을 챙기고 다시국물용 팩까지 사둔 걸 보자 남편은

"뭘 그런 것까지 사냐." 고 "지들이 사게 두라." 라고 말을 하면서도 자긴 무소음 시계까지 사놓자 각자 준비한 걸 보면서 서로 웃었다. 부모 마음은 다 같았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살림과 가사 일은 현실이 된다. 자잘한 일들로 갈등이 생기고 부부싸움을 하게 될 수 있으니 서로 돕고 잘만 살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을 서로 미루면서 사소한 일들로 티격태격 하다보면 행복은 멀어진다.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신뢰하고 양보하며 둘이 함께 걸어가야 할 그 길이 걱정도 되면서 잘 해낼 거라는 확신도 들고 이래저래 맘이 복잡한 건 사실이다.


첫 출발을 앞두고 있는 아들을 보니 어느 새 자라서 가정을 이룬다니 대견하다. 문제가 생겨도 지혜롭게 잘 해결하고 둘이 알콩달콩 살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만을 바란다. 이것이 부모의 유일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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