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특징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갔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힘겨운 여정을 하는 회귀성 물고기이다. 먼 북태평양 바다에 살다가도 굳이 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힘든 여정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이또한 자연의 이치이다.
연어들은 산란을 목적으로 바다를 거슬러 얕은 강가로 돌아온다. 꼬리를 이용해 부드러운 모래로 알을 덮어 체외 수정을 하고 자신은 죽어가는 희생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자신이 죽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새끼 연어를 살찌우고 다시 바다에 나갈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산란기 때는 혼인색을 띄며 먹이를 먹지 않고 7백~7천개의 알을 낳는다. 60일간 부화된 연어는 봄에 바다로 향해 3~5년간 성숙하다가 6년 정도 생존하는 물고기이다.
이런 연어의 삶을 보여준 주인공은 은빛 연어와 눈맑은 연어이다. 은빛 연어의 독특한 색으로 위험에 노출될까봐 무리에선 은빛 연어를 싫어하였고 누나는 물수리에게서 은빛 연어를 지켜주다가 희생된다. 눈맑은 연어는 꼬리 지느러미로 쳐서 불곰에게 잡힐 뻔한 은빛 연어를 도와주며 둘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면서 우정을 쌓고 사랑을 키운다.
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도울 때 빛이 난다. 가장 어려울 때 외면하거나 모진 말로 상처 준다면 진정한 우정이라고 할 수 없다.
초록강에 이르렀을 때 초록강은 예전 연어 무리의 지도자였던 은빛 연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더십과 용기가 있었지만 폭포를 만났을 때 폭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불가능하다며 반대하면서 연어 무리에서 쫒겨났다고 했다.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때도 은빛 연어는 아버지처럼 인간이 만든 편한 길이 아닌 폭포를 뛰어넘어 강으로 가야 한다고 연어 무리를 설득해서 결국 폭포를 뛰어넘어 강에 도달한다.
초록강이 아픈 이유나 폭포 앞에서 만난 두 종류의 사람 중 낚시대를 가진 사람은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강을 오염시키고 소음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초록강과 등굽은 연어를 기형이 만든 오염된 강은 모두 인간들 때문이다.
프라스틱이 입에 걸려 죽어간 바다 거북이. 꼬리에 그물망을 달고 몇 개월째 유영하는 돌고래. 마음놓고 다닐 수 없게 만든 바닷속 환경은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원인은 인간들이 초래하지만 그 결과 또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거슬러 올라오기까지 힘든 여정을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여겨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과 반대로 낚시대를 가진 인간은 연어를 풍요한 먹거리로만 생각한다. 인간의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
은빛 연어와 눈맑은 연어의 마지막은 그토록 원하던 산란을 끝내고 자신의 소임을 다한 채 아름다운 끝을 맞는 모습이 살려고 안간힘 쓰거나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닌 안정과 평온함이었다.
인간의 삶도 비슷하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으로 키워낸 부모는 황혼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도 말없이 자식을 끝까지 사랑하고 지키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연어의 사랑과 희생은 보통의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