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너무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비오는 날 밖에 나가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날씨가 음산하고 어두운 회색빛 하늘을 보면 그냥 몸이 움츠려들면서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수영을 가는 날인데 안 가고 쉬었다. 아침에 일어나긴 했어도 비가 꽤 오고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나가기가 싫었다. 비오는 날 운전하다 사고난 트라우마도 있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오전을 홈트로 대신 해야지 했다. 홈트는 커녕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 뒹굴거리면서 브런치를 정독하고 있다.
최근 구독자를 늘리니 글이 계속 올라와서 읽느라 하루가 바쁘고 정신이 없다. 글들은 왜 이렇게 잘 쓰는 건지 자조섞인 푸념만 나온다. 욕심 부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난 글이 아닌 일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갑자기 회의와 무력감이 밀려들었다.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까지 되고 있다.
어떤 작가님의 시를 읽으면 그 함축된 표현력과 섬세함에 놀라고 은유적인 표현들이 적재적소에 맞춘 옷을 입힌 것 같은 어울림이 너무 근사하고 공감 되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떤 작가님의 수필은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고 간결하고 담백하다. 내 글처럼 구구절절 너저분하지 않아 또 비교된다.
어떤 작가님은 상식이 많으시고 전문가적 소견을 어떤 작가님은 여행을 다니며 쓴 감상글이 세밀하면서도 감정을 잘 살려 맛갈나게 글을 쓰신다. 같은 제주에 다녀와서 쓴 내 글은 딱 기행문 수준이어서 또 비교가 되었다.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내 글이 갑자기 너무 초라해보인다. 욕심 부리지 말고 혼자 쓰고 간직한 것보다 몆 사람이라도 읽고 공감해준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기쁘고 자기 만족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해놓고선 조금씩 첫 마음이 퇴색되고 있다. 사람은 초심을 잃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없다. 여기까지도온 것도 큰 성장이라고 스스로 격려한다. 글이 수려하진 않아도 진솔하면 된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기교는 없어도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풀어놓으면 누군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공감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다시 기운을 내본다.
오늘 아침은 회색빛 하늘 만큼이나 마음이 어둡고 커피 마시려고 커내놓은 유리잔을 아침부터 깨뜨려서 그런지 괜한 푸념이 나오고 마음이 복잡한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