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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

ㅡ완벽하기 위한 그 노력ㅡ

by oj



누구나 완벽함을 원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실수가 없는 사람은 드물고 결점은 늘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결점이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점을 알고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은 의지가 박약한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결점을 알고 점차 나아지려고 애쓰는 자세가 중요하다. 결점을 안다는 것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단 걸 의미한다. 지금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


누구나 완벽하다고 믿는 알렉스네 가족과 누가 봐도 자유로운 친구 라파네 가족만 봐도 그렇다. 알렉스네 가족은 완벽한 가족이었다. 자신만 예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의 결점을 찾고 싶었는데 막상 결점을 찾고 나니 그걸 감추기 위해 서로 속이고 완벽하기 위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느꼈을 가족들을 생각하며 결점을 감싸준다.


반면 친구 라파네 가족은 분명 누가 봐도 정리정돈 안되고 정신없는 산만한 집임에도 편안한 분위기에 자유분방한 가족들을 보면 결점을 다 드러내놓고 이해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실수’ 라고 말하고 있는 라파의 말에 공감한다. 가족끼리라도 실수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다면 가족의 도움도 필요 없이 개인주의로 살며 숨 막히는 가족이 될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에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며 장점과 잘한 것은 칭찬하고 결점과 실수는 감싸줄 수 있는 진정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


가족의 결점을 알았을 때 알렉스가 느낀 감정은 충격과 놀라움이었고 곧 힘들었을 가족에 대한 연민에 빠진다.

대학 교수인 아빠는 학교를 그만 두시고 잡지사 일을 하시는 엄마는 편집장과 맞지 않아 받은 스트레스를 담배를 피우며 해소하고 쌍둥이 누나는 컨닝 페이퍼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 가족들의 결점을 발견하면 기쁠 줄 알았던 알렉스는 실망에서 안쓰러움으로 바뀐다.

쌍둥이 누나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한 행동은 자신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인정받고 그동안 완벽하다고 평가 받아왔던 학업성적을 지키고 싶은 과욕이었다. 그 자리를 잃고 싶지 않아 해선 안 될 행동까지 한 것을 보면서 강박적 욕심이 가져온 결과 같았다.

몇 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 생각났다. 압박과 중압감은 짐작이 되도 잘못을 정당화할 순 없다.


가족 중 자신만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소외감을 느낀 알렉스로서는 가족에게 큰소리 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안타까워 가족들을 감싸주기로 한다. 가족이기에 갖는 당연한 마음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다 같이 카스테라를 먹었을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빵을 만들려고 하다가 불을 낼 뻔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다 난장판을 만들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지만 알렉스의 의도를 알게 된다. 그 날 편안한 분위기의 라파네 집에서 하루를 보내며 덕분에 가족은 솔직해지면서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가족들은 이제 실수와 잘못을 서로 덮어주기로 한다. 아빠는 원하는 일을 찾으실 때까지 기다려주고 엄마는 담배를 끊는 조건으로 목걸이를 선물해 드리고 컨닝을 하다가 들킨 누나들을 위해 부모님 몰래 사인을 위조해 실수를 감싸준다.


서로 부끄러움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가족의 허물이 있을 때 야단치고 비난만 하면 서운함과 수치만 남게 될 것이다. 밖에서는 나름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 쓰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가장 편해야 할 가족들조차 다그치고 채찍질만 한다면 위로 받고 위안을 누릴 곳이 없다.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해도 가장 필요한 건 가족의 사랑과 위로이다.


우리 가족 중 가장 완벽한 사람은 남편이다. 일처리도 손재주도 완벽한 남편을 보면서 놀랄 때도 있고 가끔은 꼼꼼함과 정확함에 숨이 막힐 정도이다. 고장 난 것들은 손이 가는 것마다 고쳐지고 불편한 것들은 쓰기 편하게 바꾸고 요리를 할 때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다. 성향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노력에서 나온 것들도 있다.


반면 나는 덜렁거리고 대충 하고 급한 성격에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실수도 잦다. 서로 취향도 성격도 안 맞고 자주 부딪히지만 부족한 걸 채워가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선 완벽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을 양육할 때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나 완벽하진 않아도 노력하고 애쓰다 보니 아이들은 바르고 의젓하고 책임감 있게 장성했고 난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완벽하지 않은 둘이 함께 맞춰가며 노력한 결과가 안정되고 편안한 가정으로 돌아왔다.


내 단점도 알고 그것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애쓰고 우선순위를 정해 일할 때는 집중해서 해내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 여기에 있다. 자신이 노력이 결과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과정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해 더 향상되고 완벽한 내 모습을 위해 애쓰며 사는 모습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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