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학교에서 특기적성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과 수업 외에 다른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팀 수업은 다르다.
3~4명의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대화도 자주 나누고 성향도 금방 파악한다. 모두 천차만별이지만 공통점은 모두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에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발표도 많이 시킨다. 가끔은 시간에 쫒기기도 하지만 일단 아이들이 마음을 잘 연다.
늘 강조하는 두 가지 말이 있다. 글쓰기 수업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글에 담을 수 있는 지식을 배운다는 것과 가장 좋은 글은 경험에서 비롯된 솔직하고 사실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아는 것이 많아야 쓸거리가 생기고 경험이 들어간 글은 나만의 특별한 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주제와 배경지식을 깊이 다루고 책에 나온 비슷한 경험을 풀어놓게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없는데요." 했던 소극적인 아이들까지 질세라 "저는요~"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면 끝이 없이 이어져 "여기까지." 하며 다시 집중시켜야 한다.
최근에 수업을 온 두 남매가 있다. 중 1 남학생과 초등 5학년 여학생인데 소개 받았다며 문의가 왔다. 전화 면담을 하고 바로 수업을 보내셨다. 맞는 타임이 없어 중1 남학생은 혼자 하고 여동생은 6학년 두 명과 같이 수업을 시작했다.
만나보니 두 아이들이 모두 야무지고 집중력도 좋고 지식도 많은 모범적인 아이들이었다. 이런 보물들을 만나다니 내겐 행운이었다. 중 1 남학생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수행 만점에 칭찬을 많이 듣는 학생이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수업을 오게 됐다는데얼마나 진지한지 모른다. 지금 중 2가 되면서 친구가 생겨 둘이 수업하면서는 더 활력이 생겼다.
같이 수업하는 친구가 부르는 호칭은 "외계인" 이다. 같은 또래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독특하다는 것이다. 별명이 딱이다 싶었다. 어느 날은 짧은 소설을 썼다며 봐달라고 할 만큼 열정적인 아이였다. 여학생 중에는 책도 잘 읽고 서술도 잘 하는 차분한 학생들을 종종 만났지만 이렇게 글쓰기에 진심인 남학생은 처음이라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여동생은 또 어떤지. 전교 부회장에 나간 유일한 여학생이라고 했다. 당선 되지는 않았지만 또래 남학생들을 통해 당차고 똑똑한 그 아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굴도 귀여워서 관심 받고 주목 받는 인싸 아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초인총 소리와 함께 현관물을 여는데 그 여학생이 "엄마. 사랑해!"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데려다 주셨다는 걸 알았고 매일 데려다 주시는지 물었다. 매일은 아닌데 그 날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셔서 헤어지면서 엄마에게 한 인사였다. 그 말이 너무 듣기 좋고 신기해서 사랑해란 말을 자주 하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6학년 된 여학생이면 약간은 사춘기에 들어설 수 있는 예민한 나이임에도 엄마와 헤어지며 하는 인사말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들이 밝고 다부지고 똑똑한 건 일단 부모님의 양육 방식의 영향이구나 싶었고 평소에 엄마와 서스름없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친근한 사이이니 아이들이 온순하고 안정감이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밝고 건강한 아이들 뒤에는 항상 좋은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진리이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주로 했다. 아들들이다 보니 커갈수록 표현도 말수도 줄었지만 주구장창 "사랑해!" 라고 말하며 이모티콘을 날리는데 먼저 "사랑해!" 라고 말해주는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싶었다.
산만하고 고집 있고 인내심 없는 아이들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부모님들을 생각한다. 부모 문제란 얘기는 아니지만 가끔 일관성 없으신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된다.
두 아이의 어머님 성향이 일관적이고 감정의 기복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걸 느꼈다. 글쓰기 수업밖에 안 온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저런 수업에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요즘 아이들답지 않아 놀랐다.
나머지 수업은 인강이나 학습지로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가 몸에 배인 아이들이다.
"다른 학원 제치고 유일하게 너희들을 만나는 샘은 진짜 행운이네."
웃으면서 말해주자 남학생은 멋쩍은 듯 웃었고 다른 수업에서 여동생은 방긋 미소 지었다. 전화 면담 때 아이들을 너무 잘 키우셨다고 말씀 드리자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한다고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씀 하셨다.
다른 아이들 수업도 그렇지만 밝고 순수하며 자기 주장이 확실하면서도 똑똑한 두 아이들을 만나는 수업은 왠지 더 기다려진다
게다가 "엄마. 사랑해!" 라는 말이 여학생을 볼 때마다 귓가에 맴돌아 나도 엄마에게 그 말을 자주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서 배울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