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소금 볶는 신혼

by oj


3월 초에 아들이 결혼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그 주까지는 쉰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연근조림. 진미채. 멸치볶음. 소갈비를 해놓고 나는 미역국. 카레. 제육볶음을 해두었다. 거기에 밀키트 몇 개와 파. 마늘 등 기본 양념까지. 반찬통에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들과 밑반찬을 잔뜩 담아놓았다.


친정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강화 할머니댁에 인사를 가서 점심을 먹고 저녁엔 우리 시어머님께 인사를 왔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신혼부부가 피곤할 텐데 인사 다니느라 바쁜 걸 보니 얼른 가서 쉬게 하고 싶었다. 점심 때 외할머니께서 등심에 회에 잡채까지 한상을 차려놓으셔서 너무 배가 부르다는 아이들을 위해 우린 가볍게 어머님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힘들 테니 신혼집에 얼른 가고 싶을 것 같아 물어보니 피곤해서 자고 가겠다고 했다. 부랴부랴 안방 베게 커버와 매트 커버를 바꾸고 안방에서 자라고 했다. 아들 방은 싱글 침대에 남자들이 쓰던 방이다 보니 칙칙한데서 재울 수가 없었다.


사돈네는 미리 딸 방 싱글 침대를 더블로 바꿔 두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올 때마다 저녁은 여기서 먹고 잠은 30분 거리인 친정에 가서 자라고 했었는데 막상 자고 간다니 내심 기뻤다.


과일을 먹으면서 신혼여행 사진을 TV에 연결해 같이 보니 하와이를 배경으로 너무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부시게 빛났다. 옆에서 조근조근 신혼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며느리가 예뻐보여서 딸을 키우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일찍 쉬라고 하고는 우리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싱글 침대 아래에 이불을 펴고 누워선 갈 줄 알았는데 자고 간다니 자기도 내심 좋았다고 했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나 보다.


다음 날 아침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냐고 하니 너무 잘 잤다고 했다. 며느리와 첫 아침을 먹으면서 음식이 입에 맞는지 물어보니 다 맛있다고 했다. 주로 반찬 가게 반찬을 사다 먹어서 집에서 한 음식은 뭐든 맛있다고 했다. 남편과 내가 만든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사돈이 현직 간호사로 바쁘시고 외동이로 세 식구에 단출한 데다가 딸이 실습에 공부에 데이트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두 분이 대부분 밖에서 간단히 식사를 즐기신다. 바깥 사돈 어르신도 잘 하시는 음식이 하나 있다고 했다. 샤브샤브와 월남쌈이라고 하면서 다음에 오면 해주겠다고 초대까지 해주셔서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잔뜩 싸둔 음식과 밑반찬을 보더니 며느리와 아들이 놀라며 감동했다. 처음이니 해준 거라고 하면서 이제 조금씩 배워 해서 먹으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참 먹겠다면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여행가방에 남은 짐들까지 싹 싸고는 얼른 가서 쉬라고 했다. 여행가방 정리에 빨래에 집안 정리 등 할 일이 많을 테니 쉬엄쉬엄 하라며 등떠밀어 보냈다. 주말마다 오던 아들이 이제 안 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왔다.


일주일에 한두 번 통화하는데 며칠 전엔 며느리가 비빔국수를 해줘서 맛있게 먹었다고 아들이 자랑을 했다. 신혼에 깨소금 볶는 소리가 나고 알콩달콩 재밌어 보인다. 며느리가 식사 준비하면 아들은 설거지를 한다고 했다. 서로 도와야 하니 잘 했다고 했다. 주말엔 아빠처럼 요리도 해주라고 하니 알겠다고 했다.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만 개의 레시피' 를 보며 요리가 쉬워졌다. 퀄리티가 좋은 밀키트도 많이 나오니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작은 아들은 대학교 때 자취 3년을 하면서 음식도 해먹고 몇년 전엔 어버이날 직접 요리를 해준다고 양고기를 주문해 구워준 적이 있다. 믹서를 꺼내 온갖 양념들을 갈아 양고기에 양념을 얹어 올리브 오일을 부어 후라이팬에 굽는 과정에서 주방이 난리가 났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중간에 아빠 손이 가긴 했어도 어떤 선물보다도 감동했다.


아마도 그런 아들은 요리에 관심을 갖고 특별한 요리를 자주 해먹을 것 같긴 한데 문제는 큰 아들이다. 요리. 설거지. 방청소 등 관심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 걱정이다.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이라 누누이 배우라고 강조하면서 습관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해도 쿨하게

"때가 되면 하겠죠." 한다. 하루아침에 생기는 관심이 아니라서 좀 걱정 된다.


큰 아들은 상남자에 덜렁이고 나를 닮아 털떨한 반면 작은 아들은 침착하고 아빠를 닮아 꼼꼼하다. 둘 다 온순한 편이지만 애교가 많다거나 아빠처럼 요리하는 건 즐겨하지 않아도 보고 배운 게 있으니 잘 할 거라고 믿는다.


깨소금 볶는 소리에 알콩달콩 소꿉놀이 같은 신혼을 누리고 있는 작은 아들 부부가 대견하다. 집안 일도 돕고 서로 배려하면서 지금처럼 서로 위하는 마음이 퇴색 되지 않고 쭈욱 예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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