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by oj

아이들을 만나 수업하면 늘 즐겁다. 필요한 교재를 만들 때 ‘또래 생각’ 이라고 한 이유도 또래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면서 토론 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 지은 이름이다.

누구나 그렇듯 또래 아이들 성격도 참 다르다. 까부는 아이. 야무진 아이. 말 많은 아이. 조용한 아이. 집중력 좋은 아이. 산만한 아이. 웃음 많은 아이 등 다양하고 개성도 다 다르다. 수업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웃음도 받아주며 호응한다.

걱정 되는 건 요즘 아이들을 만날 때면 지나치게 메마른 감정이다.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보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환경 탓인지 지나친 교육열에 학업 스트레스 때문인지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변 요인들이 너무 많은 탓인지 모르지만 예전의 순수함을 잃은 것만은 사실이다. 유튜브에 빠지고 폭력이 난무한 게임에 빠지고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 물들고 있다. 말과 행동은 거칠어지고 감정은 메말라가며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본래 모습이 변해 안타깝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한 초등교사의 글을 읽고 참 씁쓸했다. 선생님은 4명의 남자 아이들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26명의 아이들에게 갈 에너지까지 뺏긴다고 했다. 체벌이 없는 것을 알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조롱하기도 해서 학부모에게 말씀드렸더니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이고 교장 선생님께 보고하면 옆 반 선생님과 잘 상의해서 처리하라고 한단다. 교권이 상실된 학교 현장에 있는 것이 너무 곤욕스럽다는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4명의 소그룹 안에서도 별 일이 다 있는데 30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어떨지 학교 현장이 짐작 된다.

다행인 건 아직까지 버릇 없거나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대부분 밝고 예의 바른 학생들이었고 학부모님은 믿고 맡겨주시면서도 이해심 많고 너그러우신 분들이었다.

하지만 1시간 30분을 가만히 앉아 집중해서 수업하기 힘든 나이대 아이들에게 집중을 시켜가며 수업을 이끌어가는 나로서는 가금씩 지칠 때가 있어도 그런 아이들이 또 나에게 활력과 기쁨을 주니 참 아이러니 하다.

유난히 밝은 에너지의 한 그룹의 아이들이 있다. 네 명의 5학년 여학생 모두 사랑 받고 자란 그늘 하나 없는 밝은 아이들이다. 서로 배려하면서 이해심도 많고 귀여운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 넷이 너무 친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한다는 단점만 빼면 너무 즐거운 수업이다. 한 번은 MBTI로 한참 시끄러웠다. 자신은 J가 있다느니 I가 있다느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선생님의 MBTI는 뭐냐고 물어서 ESFJ라고 하자 “저도요!” 했다. 수업에 집중하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애교를 부리면서

"샘. 자기 정체성을 아는 건 중요해요!"

피식 웃게 만든다. 야단을 칠 수가 없다. '교환 일기'라는 책 수업을 하고는 교환 일기를 쓰자며 매주 일기를 주고 받으며 실천하는 적극적이고 야무진 아이들이라 늘 기다려지는 수업이었다.

반면 한 팀 아이들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에너지가 넘쳐 야단을 치고 단호하게 말해도 소용없고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시켜 수업하느라 진을 뺐다. 오죽하면 그 아이들을 수업하는 고충을 동시로 쓰기까지 했다. 늘 "있잖아요.~" 로 얘기가 끊이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있잖아. 얘들아. 지금은 수업 시간이거든!"

중학생인 한 팀은 요즘 한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다. 관심 있는 남자 아이들과 친한 남사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남자 친구에 대한 로망이 있는 친구는

“저는 왜 없냐구요. 이렇게 귀여운데요...”

정말 못 말린다. 때가 되면 생기고 기다리면 나타난다고 말해주었다. 집중 안하는 아이들을 보며 한숨을 쉬자

“샘. 킹 받죠?”

열 받는다는 신조어였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싫고 좋음도 분명하다. 중요한 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식이 많고 머리만 똑똑한 아이들보다 마음이 너그럽고 공감을 잘 하며 감정이 풍부한 아이들로 자라게 키워야 한다. 수업할 때도 책의 주제와 연관지어 되도록 바른 인성을 강조한다. 한 가지 요인으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 과정이 중요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자유자재한 아이들만의 특성이 있어 어려운 일이다.

가끔씩 도가 지나친 학생들의 행동은 훈육과 지도가 필요하다.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윗사람의 가르침으로 버릇없고 예의 없는 말과 행동. 습관들을 어릴 때 가르치지 않으면 성장하면서 습관이나 성격으로 굳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느냐는 전적으로 부모와 선생님 주변의 환경 탓이다.

오은영 박사님의 열기가 뜨거워진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 양육과 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조언해주시는 분을 신뢰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면 모가 나있던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칭찬하고 격려하면 더 잘 하고 싶어 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면 거친 말과 행동도 서서히 변해간다. 아이들은 의외로 감정이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당찬 아이들도 칭찬에 약하다.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내서 칭찬해주고 격려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물주고 영양주고 정성껏 키운 화초들이 잘 자라듯 아이들도 사랑을 받은 그대로 활짝 피며 자란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힘들게 하더라도 아니러니 하게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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