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작가

by oj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님의 큰 따님인 호원숙씨가 유키즈에 출연 하셨을 때 마침 시청하고 있었다. 인자하게 웃는 모습이 엄마를 많이 닮으셨다.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이시며 엄마가 타계하시기 전까지 글을 쓰시던 노란집이 있는 아치울에서 지내며 엄마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를 나오시고 편집 기자로 일하신 따님도 굉장히 똑똑하신데 따님이 기억하는 엄마 박완서님은 더 똑똑하시고 자유로운 분이셨다고 한다. 200편의 시를 외우고 그 시를 자녀들에게 종종 외워주시고 자녀들을 간섭하지 않으시고 음식 솜씨가 좋은데다 60년대 멘보샤를 만들어주실 만큼 자유롭게 음식을 창작하는 능력까지 있으셨다고. 재능과 소질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작기님이 돌아가신지 10주기도 더 넘어가고 있다.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학의 거장이 가셨구나 하는 허망함이 들었다. 많이 존경하던 분이여서 명복을 빌었는데 따님도 작가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대를 이은 작가로 어머님께 자신의 글을 인정 받았다니 얼마나 기뻤을까. 박완서 작가님도 50세가 넘어 <나목> 이란 작품이 당선 되면서 늦은 나이에 입문을 하셨고 따님도 작가로서 늦게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니 50세가 넘어 수필을 쓰기 시작한 나도 조심스레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박완서 작가님께서 아들을 잃은 사실과 그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나시지 못 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처음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88올림픽 하던 해에 남편은 폐암으로 의대 인턴으로 일하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그 슬픔과 고통을 일기로 쓰며 아들을 데려간 이유를 신에게 묻고 싶다고 쓴 <한 말씀만 하소서> 일기가 책으로도 출간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고통과 비탄이 작가님의 글을 더 원숙하게 만들었으리라.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작가님께서

"자식을 잃었어도 자신은 잃고 싶지 않은 명료함에 자신도 놀라고 있다" 는 글을 발견하셨을 때 작가님이 어떤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으셨을지 조금은 짐작이 됐다. 아무리 사랑해도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고통만으로 살 수 없기에 마음속에 품고 다시 삶을 강하게 이어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30대 젊은 따님을 병으로 잃고 1년이 지나도록 밖에서 남들과 웃으며 식사하지 못 하시겠다는 지인 분의 삶이 투영됐다. 년이 지난들 자식을 잃고 살아가는 것처럼 처연한 삶은 없지만 그럼에도 견뎌내고 버티는 것이 인생이다.

박경리 선생님이 준 김치를 먹고

"니글거리던 속을 달랜 뒤에 선생님은 잃고 김치만 남아 슬프다" 는 미발표 글도 발견했다고 하셨다. 박경리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따님이 선생님의 글과 살아 생전에 썼던 기록들을 글로 정리하며 그 발자취를 아직도 기록하고 있어 타계하신 뒤에도 책이 나와 그런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소박하게 사시면서 자연과 닮은 편안한 웃음으로 평범한 우리내 이야기를 집필하고 계실 것만 같다.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이란 글로 작가님의 일대기를 담아내신 따님은 얼마나 큰 보람과 가치를 느꼈을까. 엄마이자 스승인 작가님께 물려받은 재능도 있을 테지만 스스로의 습작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워낙 유명한 엄마의 그늘에 가려지거나 비교되는 건 아닐까 우려도 크셨을 텐데 따님만의 묘한 매력으로 글을 쓰고 계셨다. 따님의 글도 궁금해서 나중에 읽어보니 아치울의 새. 나무. 꽃. 구름. 별 등이 글의 소재가 되어 그야말로 노래하듯 자유롭고 편안하며 친근하게 글속에 담아내셨다. 어머님이 하늘에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다.

"밥을 짖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밥을 짖는다" 는 호원숙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밥을 짖는 매일의 일상처럼 늘 글을 쓰고 계신 작가님을 보면서 글쓰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 같다. 감동과 울림을 주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 자체가 보람이고 인정 받아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글로 세상에 나온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평이한 내 글이 섬세하지도 못 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기에도 역부족이지만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며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박완서님의 살아생전 삶이 그려지면서 대를 이은 호원숙 작가님의 글도 계속 기다려질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동 학대. 그 잔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