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다들 이번 여행을 우려했다. 사돈지간의 여행이라니 어렵지 않냐고 말이다. 새로운 가족을 맞은지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여전히 알콩달콩한 신혼이고 둘이 잘 어울려 볼 때마다 흐뭇하다.
5월에 며느리 첫 생일이어서 사돈 내외를 초대해 밖에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며느리가 하반기에 간호사 일을 시작될 것 같아 이제 바빠질 테니 여름 휴가를 다같이 가면 어떤지 제안했다. 아들 며느리는 벌써부터 좋다고 동의한 터였다. 넷이 갈까 하다가 두 분의 의사를 여쭤보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며느리는 외동이로 사위가 우리 아들밖에 없다. 사돈도 우리밖에 없어 새로운 가족이 되었고 마음이 잘 맞으니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 계획한 일이다. 1박 2일로 가평에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 숙소를 미리 예약해서 지난 주에 다녀왔다. 다들 수영을 좋아해 수영장이 있는 멀지 않은 곳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의미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들 며느리와 사돈의 조합이 어찌보면 불편할 수 있지만 다들 성격이 무던하고 나이대도 비슷해서 유쾌하게 보내고 왔다.
가평은 1시간 거리라 부담이 없다. 점심 장소에 모여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는 아들 내외가 사겠다는 점심을 한사코 말리면서 돈을 전혀 쓰지 못하게 하셨다. 며느리가 아직 돈을 안 벌어 여유가 없을 거라며 우리가 숙소랑 바베큐 준비를 다했으니 식사는 본인들이 모두 사시겠다는 거였다. 난 애들할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고집을 피우시며 카페에서 커피까지 다 사셨다.
여행 전부터 여행비를 애들에게 물어보셨다고 했다. 우리가 다 준비했으니 몸만 오시라고 했다. 그럴 수 없다고 하셔서 그럼 과일만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것저것 푸짐하게도 준비해 오셨다.
점심을 먹고 아들이 정해놓은 카페는 양수리에서 내려온 한강 물줄기가 넓게 펼쳐진 데다 푸른 잔디와 숲으로 우거져 탁 트인 뷰를 가진 멋진 곳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강줄기를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가 너무 편안했다.
어려울 수 있는 관계이지만 안사돈의 성격이 ESFJ로 나와 똑같다. 나이는 두 살 어리고 바깥 사돈이 나와 동갑이시다. 둘 사이가 편하니 여행이 가능했다. 남편은 무던한 성격이고 바깥 사돈 분은 더 점잖으신 분이라서 만나면 서스름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안사돈도 간호사인데 지금은 병원 행정직을 맡고 계셔 편하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도 여러모로 대화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워 사돈지간이 아닌 친구 사이 같았다.
그 사이에 여전히 신혼 중인 아들 며느리는 자기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웃음을 주었다. 신혼생활의 어려움도 곧 시작될 병원 일의 걱정도 어린 시절의 추억들도 함께 나누면서 새로운 가족의 또다른 면모를 느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모두 레시가드로 갈아입고 수영부터 하기로 했다. 제법 놀기 좋은 깊이와 넓이에 관리도 잘 되어 있어 물이 깨끗했다. 각자 수영을 즐기면서 두 시간 반 가량을 물놀이를 했다. 공놀이에 벌칙. 수영 시합. 잠수 시합. 자세 교정. 고프로로 찍어준 동영상까지 화기애애했다.
특히 며느리의 개 헤엄은 한바탕 웃음을 주었다. 헤드 업 평형을 못하는 나로선 며느리가 비록 개 헤엄이지만 앞으로 쭉쭉 나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물속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니 발과 손이 진짜 강아지 같았다.
바베큐 장소가 따로 있어서 편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준비해온 고기에 버섯. 양파. 소세지를 구워서 쌈채소와 함께 먹으니 일품이었다. 거기에 볶음밥과 라면까지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하고 뒷정리는 함께, 설거지는 안사돈이 다 하셨다. 고기를 잘 구워준 남편과 내겐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면서 설거지를 도맡아하셨다.
과일을 먹으며 티타임을 갖고 아들 며느리와 남편은 보드게임을 하며 두뇌싸움을 시작했다. 다들 만만치 않았다. 평소에도 둘은 보드게임을 즐긴다고 해서 갖고 왔는데 덕분에 저녁 시간을 유익하게 보냈다. 숙소가 깔끔하고 침대도 푹신하고 화장실도 두 개라 아주 편한 곳에서 안사돈과 대화를 나누다가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은 남편표 김찌찌개와 계란말이와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로 아침을 준비했다. 평소 모습 그대로여서 난 당연한데 며느리와 사돈 내외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감동했다. 호텔 조식 못지않다며 맛있게 드셔서 우리도 흐뭇했다.
커피 타임과 과일을 먹고 짐정리와 숙소 정리를 끝내고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가볍게 오전 산책을 즐겼다. 아들 며느리가 안 가본 곳이라고 해서 30분 정도 산책을 하며 연꽃과 배다리, 400년 된 느티나무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을 보니 더워도 값어치를 했다.
마지막으로 간 카페는 담쟁이 덩쿨로 뒤덮인 독특한 건물에 앞엔 강이 흐르고 수국이 활짝 핀 명소였다. 이곳은 내가 추천한 곳으로 파스타와 스테이크. 샐러드가 맛있는 곳이었다. 식사를 하고 아들이 사온 망고 빙수까지 먹으며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를 않았다. 야외로 나가 사진을 찍고 헤어지면서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며 서로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별하고 뜻깊은 여행이었다. 진심으로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새로운 가족과의 새로운 조합의 여행이라 더 의미있고 더 친밀해진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 며느리와 안사돈께 다시 인사를 전하고 불편하진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여쭈니 만족한 여행이셨다고 해서 안심했다. 며느리는 아무 것도 준비 안하고 편하게 놀다만 와서 죄송하다고 톡이 왔다. 둘이 가면 더 편하고 좋을 텐데 너희들이 놀아줘서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너무 즐거웠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마음이 참 예쁜 며느리이다.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이 아닌 부모님이 넷이 된 것 같아 너무 좋고 든든하다는 며느리가 말이 생각났다. 둘이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양가 부모의 같은 마음을 헤아려준 며느리가 고마웠다. 바라고 사랑을 주는 건 아니지만 사랑은 주는 만큼 되돌아온다.
말도 행동도 예쁘게 하는 며느리가 9월부터 시작하게 될 병원 일이 힘들지 않기를 응원한다. 3교대로 몸이 많이 고되겠지만 첫 사회생활을 잘 버티면서 성실하게 해낼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