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면 꼭 찾는 집이 있다. 집밥같은 느낌의 웰빙 식당이다. 조천읍에 위치한 이 식당은 점심 때만 하는 곳이라 주로 올때나 공항 갈 때 아니면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번 여행은 아들이 결혼하기 전. 네 가족이 함께 한 오붓한 여행이었다.
처음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됐는데 세계 유산인 거문 오름을 예약해 두어 올라가기 전에 거문 오름과 가까운 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2층으로 된 외관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안은 테이블이 많지 않은 좁은 식당이며 2층은 40년 함께 사신 노부부가 거주하는 집이다. 식당 밖으로는 정자가 있어 차를 마시기도 하고 그 아래로는 크고 작은 항아리로 가득한 장독대가 있다. 참 정겹고 따뜻하고 아담해 보인다.
이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갈하고 건강한 밥상인 덕분이다. 간이 세지도 않고 적당하며 10가지 밑반찬이 맛갈스러운 나물과 버섯이며 거기에 참돔 새끼를 구운 생선이 입맛을 제대로 돋군다.
아들이 어떤 식당인지 묻자마자 웰빙 식당이라고 했더니
"웰빙은 맛없는데."
하길래 일단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말했다. 다 먹고나더니 모두가 만족해 했다. 자긴 나물 싫다며 들깨 수제비를 시키고는 참돔이 맛있다고 해서 내 밥의 반공기를 덜어주었더니 다 먹었다. 남은 나물이 많아 밥 한공기를 더 시켜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넣어 비볐더니 다같이 먹고 반찬까지 싹 비워낼만큼 흡족하고 푸짐한 식사였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식당 이름도 한몫 한다. 갈 때마다 무슨 뜻이냐고 어르신께 여쭌 것 같다. 그러자 묻는 사람들이 많은지 집 경관을 스케치한 종이 아래에 이름에 담긴 부부의 사연을 써놓으시고 코팅을 해서 붙여놓으셨다.
'빌레' 는 제주 방언으로 땅에 박혀 있는 커다란 바윗돌이란 뜻이고 '너드랑' 은 경상도 방언으로 높은 산자락에서 떨어져나온 돌이란 뜻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제주도 토박이시고 할머님께선 경상도 토박이로 만나 40년을 함께 사시면서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지으신 이름이다. 식당 이름도 너무 마음에 들지만 서로 다른 지역의 두 분이 만나 제주에서 자리잡고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을 맞고 계신 모습이 참 정겹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름답고 깔끔하고 정갈한 반찬도 맘에 들어 제주에 갈 때마다 찾고 싶게 만든다.
가수 이효리씨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셨다. 예전에 활동 전엔 부부가 자주 와서 식사하러 오면 그 모습이 너무 평범하고 꾸미지 않는 소박함에 연예인 같지 않았는데 무대만 올라가면 딴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요즘은 활동이 늘면서 자주 못 온다고 아쉬워 하셨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이효리씨의 입양 권유로 맡겨진 두 강아지 검둥이가 잘 있는지 보려고 밖으로 나갔더니 흰둥이밖에 없었다. 검둥이는 탈출했다고 했다. 그 땐 작은 강아지였는데 몰라보게 커 있었다. 우리 아들들은 이효리씨가 맡긴 유기견이란 말에 신기해하면서도 귀엽다고 사진까지 찍었다. 공인 한 사람의 영향력이 선하게 나타나면 좋은데 요즘은 마약에 음주 운전에 안좋은 소식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다음에 또 들린다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전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아드님이 농사 짓는다는 귤까지 맛보고 한 박스 사서 택배로 받았는데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맛있었다.
박수기정도 너무 멋졌다. 해안 절벽으로 샘물을 뜻하는 '박수' 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 이 합쳐진 말로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란 뜻이다. 중문의 주상절리만큼 아름답다. 박수기정 앞으로 멋진 경관과 어우러진 카페에서 쉬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우리나라가 더 아름다운 이유는 계절마다 다른 제주가 있는 덕분이다. 봄에는 유채와 벚꽃. 여름에는 에머랄드빛 바다. 가을에는 억새. 겨울엔 눈덮힌 한라산. 올레길 열풍도 아름다운 경관의 카페도 산과 바다. 오름과 숲. 우도. 가파도. 마라도 섬까지. 어디 하나 빼놓을 곳이 없이 갈 곳도 볼 곳도 먹을 곳도 많은 제주여서 올 때마다 또 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한 제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