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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by oj


수영을 다니면서 친해진 나이대가 30대 중반쯤 보이는 젊고 활발한 지인에게 겨울 방학이 시작 되면서 아이들 챙기느라 바빠졌겠다고 하자

"저희 딩크예요."

항상 밝고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해맑게 대답했다.

"아. 그래요. 결혼한지 몇년 됐어요?"

10년 됐다고 했다. 부모님들께선 반대하시지 않았는지 물어보니 처음엔 반대했지만 지금은 이해하신다고 했다.

"시부모님께는 좀 죄송하지요."


이제 시어머니가 되어 아이를 낳지 않고 딩크족으로 살겠다고 말한다면 쿨하게 허락할 자신이 없다. 반대할 게 분명하다. 아이가 없으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다는 거였다. 놀러가고 싶은데 자유롭게 다니고 구속 받지 않으니 편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딩크족이 늘었다는 건 알았지만 주변에서도 쉽게 본다.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단어로 미국에서 맞벌이 무자녀 가정이란 새로운 가족 형태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없이 둘만 살자는 딩크족 부부를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세대가 결혼을 하면서 자기 사랑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동안 누렸던 것들을 그대로 누리고 육아에 드는 비용과 수고가 헛되다고 생각한다. 희생을 감수하고 싶지 않고 육아 비용 대신 자신들에게 투자하며 인생을 즐기면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런 가치관은 수고와 희생을 회피하고 자식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아님에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로 초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혼과 불임으로 간절히 아기를 바라는데도 생기지 않아 애타는 부부를 그동안 많이 봐 왔다. 인공수정 두 번 끝에 소중한 딸을 10년 만에 얻고 삶의 기쁨을 찾은 한 부부. 결혼 8년 만에 아이가 생겨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 친한 친구. 그들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때의 애타는 마음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봤던 나로선 딩크족의 삶이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의 가치관이고 젊은이들의 생각과 태도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식이 주는 행복이 크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자녀를 키우는 건 수고와 희생이 동반 된다. 10년 이상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눈코틀새 없이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든 수고가 동반된다. 그 후 10년은 사춘기에 학업 성적에 아이들 진로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감당해야 한다. 대학을 가서야 그나마 자유를 얻지만 아들들 취업 준비하는 것을 보면 같이 긴장한다. 사실 어찌보면 끝이 없다. 그 긴 시간은 힘들지만 충분한 보상을 준다. 아이들이 커가는 걸 지켜보며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맘껏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랑도 경험한다.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며 부부 사이는 더 끈끈해질 수밖에 없고 희노애락을 아이들로 인해 겪으면서 단단한 가족이란 울타리가 된다. 아이들이 없으면 갈라설 부부가 대부분일 거라고 여자들은 말한다.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수고와 헌신도 아깝지 않은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 가능하다. 그건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누리면 좋을 충분한 가치이다.


낳더라고 한 자녀만 낳아 예쁘게 키우면 된다는 젊은 부부도 많아 둘째 계획을 물으면 대부분 없다고 답한다.

한 때는 증가하는 인구로 출산 제한 정책까지 권장하던 우리나라가 맞나 싶다. 외할머니 자녀는 여덟 자녀. 엄마는 다섯 자녀. 난 두 자녀. 다음 세대는 무 자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위기감을 느낀다.


인구가 줄면 나라의 존폐위기가 찾아온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출산율이 0.6명이란 초저출산 통계에 놀라고 OECD 국가 중 최저이다. 미래에는 노동인구도 줄고 고령화로 늘어나는 세금을 젊은이들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경제도 국방도 국력도 모두 무너진다.

프랑스에서는 인구 정책의 하나로 결혼하지 않은 부부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해 모든 혜택을 주고 미혼모 자녀도 불이익 전혀 없이 키우게 한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출퇴근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등하교를 시키며 아이들 양육의 어려움을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줄이다 보니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육아 축의금으로 천 만원을 주어 출산을 장려하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육아 휴직조차 눈치 보이고 퇴사를 종용 당하는 기업도 있어 기업과 국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저출산 대책에 열심히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닌 젊은이들의 인식이 바뀌고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딩크족을 가까이에서 만나 보니 생각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씁쓸했다. 저출산 시대 우리 앞날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은 우려와 함께 자녀들이 주는 무한한 행복을 누리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나라 현실이 정말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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