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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며느리 자랑


아들의 결혼식이 끝나니 이제 진짜 실감이 난다.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됐고 며느리라는 새식구를 맞았다. 아들은 처가 부모님이 생기고 사위란 새로운 신분을 얻었다.


 '관혼상제'  중 혼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풍습이다. '일생의례' 중 자의로 정한 가장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고 가족이란 큰 틀까지 서로 묶이는 인륜지대사이다.


아들은 아직 젊은 27세. 며느리는 26세. 꽃다운 나이라서 그런지 둘의 모습이 눈부시게 빛이 났다. 아들은 사회생활 3년 차. 며느리는 2월에 간호학과를 졸업해 대학병원 간호사로 합격한 후에 발령 대기 중이다. 서둘러 결혼한 이유도 연애 5년이란 긴 시간과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면 너무 바빠 결혼 준비를 하기 벅차다는 이유였다. 아직 나이도 어리니 당연히 사회생활 1.2년 정도 하고 아들이 30살 쯤 결혼하게 될 거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결혼 먼저 하고 일을 시작하겠다고 해서 양가 부모님 허락으로 추진된 일이다.


결혼을 시키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요즘 비혼에 만혼에 난리들인데 일찌감치 결혼하겠다는 아들 부부의 생각이 옳았다. 형제들 중에도 친구들 중에도 친한 지인들 중에서도 아들 가진 부모로는 내가 가장 먼저라서 그런지 관심들이 많았고 많은 축하 인사도 받았다. 그 중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며느리가 밝고 순수하고 참해 보인다는 말이다.


아들이 제대하고 복학해서 대타로 나간 미팅 자리에서 며느리를 처음 만났다. 대시를 하고 교제가 시작되면서 5년을 이어왔다. 둘 다 처음 사귄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된 일편단심 부부이다. 숫기 없는 아들이 연애도 못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여자친구 생겼다고 했을 때 안심했고 결혼까지 하게 되니 더 기쁘다.


우리 부부에게 처음 소개시켜주었을 때 내가 본 첫인상이 좋았다. 웃는 인상이 밝고 너무 선해보여 마음에 쏙 들었다. 불편할 만도 한데 뭐든 사주는 것마다 맛있게 먹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잊지 않는다. 집으로 초대해 남편이 스테이크를 해주었을 땐 카네이션과 케잌을 사들고 온 센스있는 며느리이다.


만날 때마다 "어머님. 오늘 너무 예쁘세요." 라는 말을 빠짐없이 해준다. 아들 둘 키운 엄마로서 평소에 듣지 못한 말이라 그런지 그 말이 참 듣기 좋다. 아들들은 내가 외출하거나 중요한 모임 때나 여행룩을 선보이며

 "엄마 어때?"

라고 물어봐도 힐끔 보고는

 "좋아."

 한마디면 끝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들을 때면 

 '그럼 그렇지' 했는데 며느리가 매 번 예쁘다는 말을 해주니 딸을 키우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는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어서일까. 아님 진심이 묻어있는 친근한 말이여서였을까. 암튼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인사에 형식적인 말일지언정 매번 예쁜 마음이 느껴진다.


며느리가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다. 마지막 학기 때 입사 준비와 면접 때였다. 병원에 먼저 합격하고 졸업 후 간호사 고시만 합격하면 최종 입사가 결정된다. 대학 병원에 원서를 넣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을 보았다. 면접을 보고는 잘 못 본 것 같다며 우울해 하길래 면접 모두 끝내고 식사 자리를 가졌다. 고생했으니 고기 사준다고 오라고 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홀가분하게 너무 맘 졸이지 말라고 건넨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렸다. 대학 병원 안 되면 작은 병원에 다니면서 편하게 일하면 되니깐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라고 해준 내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왠걸. 네 군데 대학 병원에 합격해서 아들 회사와 가장 근접한 곳으로 선택까지 할 수 있었을 때 너무 기뻐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꼼꼼하고 성실해서 붙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도 그렇게 많이 붙을 줄은 몰랐다.


며느리는 감사하다는 말도 늘 잊지 않는다. 안사돈도 현직 간호사여서 어릴 땐 친할머니가 키워주셨고 외동인지라 혼자 외로움도 있어서인지 우리 부부를 만나 대화 나누는 걸 좋아했다. 불편하고 어려울 텐데도 맛있는 점심 먹자란 말에 흔쾌히 "네." 하고 집으로 초대해도 "너무 좋아요." 한다. 혼주 한복. 가전. 가구를 고를 때도 꼭 같이 가서 골라달라고 청하는 며느리가 예쁠 수밖에 없다.


안사돈과 같이 혼주 한복 고르던 날. 세 벌을 입어볼 수 있었다. 입어볼 때마다 사진에 동영상에 열심히 찍어주면서 골라주는 며느리 덕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식사 자리도 가졌다. 아들은 과묵한 편이고 며느리도 조용한 성품이지만 표현을 잘 하고 분위기를 밝게 해주어 늘 웃음꽃이 핀다. 조그만 실수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 하길래 이제 식구니깐 그런 말은 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며느리이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걱정이 너무 많아 걱정인형을 사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진중해도 스스로 힘드니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도 될 일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시부모를 대할 때할 때도 편하게 대하라고 말이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결코 편하진 않을 테지만.


스튜디오 촬영 때 입을 세 벌의 웨딩 드레스도 사진 찍어서 우리 부부 의견을 묻고 본식 웨딩 드레스 고르던 날도 일일히 사진 찍어 우리 의견을 묻는 아들. 며느리였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할 일이 없을 정도로 다들 알아서 한다고 하는데 둘은 매번 우리 의견을 물어봐주어 참 고맙다.


신혼 살림이 들어가던 날에도 장을 안 사고 한쪽 방을 드레스룸으로 쓰기로 해서 시스템 헹거를 조립했다. 아들은 며느리가 장갑을 끼고 남편과 둘이서 완성했다. 아버님이 해주실 줄 알았는데 아버님보다 자기가 더 잘 한다며 남편과 둘이 의기투합해 꽤 오랜 시간 걸려 조립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다.


아들은 휴가를 뺄 수 없어 며느리와 안사돈. 우리 부부가 정리를 다 끝내고 나서 아들이 퇴근하고 왔다. 아들에게 며느리와 장모님 힘들었으니 어깨라도 주물러주라고 하자 머쓱해 했다. 안사돈께 외동이인데도 참 잘 키우셨다는 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곱게 잘 키우셔서 아들 짝으로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면 본인도 사위가 마음에 쏙 든다고 서로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진심으로 고맙다.


결혼식이 끝나고 다들 며느리가 인상 좋고 곱다는 칭찬을 너무 많이 들었다. 두 아이들이 하와이 신혼 여행을 끝내고 다음 주면 돌아온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서 행복하게 살기 바랄 뿐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할 때와는 또 다르고 일을 시작하면 특히 힘들어져서 부딪힐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 때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둘이 함께 손잡고 어려움도 이겨내고 힘들 때도 잘 헤쳐나가는 지혜로운 부부가 되기를 바란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건 둘이 잘 살아주는 것 한 가지 뿐이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자꾸 자랑이 하고 싶어져서 이젠 자제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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