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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6. 2024

화양연화


화양연화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란 뜻으로 어감이 참 예쁜 말이다.


2000년 양가위 감독이 양조위와 장만옥을 주연으로 안타까운 사랑을 그려낸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서로의 남편과 부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괴롭고 외로운 결혼 생활에 지친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정을 지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잊지 못함도 있지만 60년대를 배경으로 감성을 자극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외도한 배우자와는 다른 고결한 사랑이라고 번민하면서 결국 이별을 택한다.


요즘 시대라면 더 이상 함께 살 이유가 없다며 과감히 이혼이나 졸혼을 선택했을 텐데 시대상도 반영 되었다. 육체와 정신적 사랑은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플라토닉 사랑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부라면 애초부터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고 본능을 자제하는 의지나 본연의 위치와 역할에 충실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부부는 신뢰가 깨지는 순간 화양연화도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방탄의 '화양연화' 앨범에서는 그들의 불안한 청춘을 노래하며 인생의 꽃을 피우기를 간절히 노래한다. 다 잘 될 거라고 외치지만 세상은 겁을 주고 다가오는 현실이 두렵지만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행복을 찾자고 외친다.


내 청춘 땐 나의 화양연화를 위해 크게 고민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자존감 낮았던 유년기는 비교 의식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잘 하는 것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씩 인정받으며 자신감을 얻은 때는 청소년기였다.


성적이 오르면서 내 처지와 상황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게 됐다. 얼굴과 마음까지 활짝 피어나게 했던 고교시절은 내 인생의 꽃 같은 시절이었다. 나를 좋다고 바라봐주는 사람.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끈끈한 교우관계도 관심받고 주목받는 기쁨도 있었고 하고 싶은 분명한 목표도 정체성을 찾는 과정도 누려본 가장 의미 있던 시절이었다.


그 힘과 동기부여는 80년대 후반 경기도 변두리 작은 학교에서 대학을 많이 가지 못하던 때 막연히 그려보던 88 꿈나무 학번이 되어 대학 생활을 누리게 했다. 누구나 동경하던 멋진 대학 생활을 온전히 누려보지 못한 일은 가장 후회가 남는다. 부푼 희망을 안고 들어간 대학에서 20년 동안 우물안의 개구리였음을 절실히 실감했다. 목표 의식 없이 꿈도 이루지 못한 채 아쉽게 대학 생활을 마친 것은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럽다.


한 달 간 교생 실습은 벅찬 설레임을 주었지만 교사의 꿈도 이루지 못 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2년간 사회 생활을 마친 것으로 족했다. 요즘 대학생들처럼 치열하게 경쟁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대학 시절이다.


남편과도 그 시대 대학을 다닌 걸 다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묻는다면 가차없이 대학 때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마음껏 하고 싶은 젊은 날의 청춘과 꿈을 위해 달려가서 화양연화의 꽃을 활짝 피워보고 싶다.


4년 간의 연애 기간도 내 인생의 화양연화였지만 결혼과 동시에 끝이었다. 주어진 삶의 무게와 육아에 가족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에 눌려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긴 시간 흘러가 버렸다. 물론 기쁘게 감당한 일이지만 어느새 30년이 지나고 나니 자유와 편안함. 여유와 열정 등 지금 내 앞에 봄날로 다가왔다. 바쁘고 힘들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은 지나고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화양연화가 다시 돌아와 내 앞에 마주 섰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청춘의 아름다움과 젊음의 화양연화는 내게 없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성숙의 화양연화가 찾아왔다. 여유와 안정이 나를 화양연화의 시간으로 다시 이끌고 있다. 젊을 때의 화양연화를 추억하는 시간이 가끔씩은 그립지만 지금은 내면이 좀 더 성숙해졌다. 앞으론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면서 다시 올 화양연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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