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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교권

by oj


교사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교단에 선 선생님들을 바라보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해줄 만큼 똑똑하고 당당한 사람처럼 보여 일찌감치 꿈을 정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로서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싶었던 꿈이자 바람이었다.


예전에 교사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으로 존경받았고 가장 되고 싶은 꿈의 자리였다. 또 자식을 가진 부모님의 희망이기도 하셨다. 교대를 가고 싶었지만 사대로 만족했을 때 졸업하면 당연히 중등 교사가 될 거라고 믿으셨던 아버지는 졸업 전에 취업을 한 딸에게 실망한 눈빛이었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했지만 강사로 학교 일을 시작하면서 반쪽 꿈이라도 이루고 적성에도 맞아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니 실망하신 아버지 앞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은 세운 셈이다.


예전 우리 사회는 교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존경과 존중. 신뢰였다.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도 있었고 교사와 아버지를 동일하게 여기기도 했다. 훈육을 목적으로 한 교사의 체벌도 당연시 하고 맞고 온 자녀에게 오히려 맞을 짓 했다며 선생님 편을 들던 부모였다. 사랑의 매로 교사의 체벌이 허용되고 관대했던 우리 사회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나친 체벌이 논란이 되어 폭력 교사가 징계 받는 사건으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체벌 금지. 자유 보장 등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그 뒤부터 교사들은 한결같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교사가 되려면 힘든 과정을 거친다. 교대는 경쟁률이 높아 성적이 안 좋으면 갈 수 없는 대학이고, 사대도 졸업 후에 임용 고사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교단에 서게 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이외의 과도한 업무와 악성 민원에 아동 학대 고소에 시달리면서 점점 힘든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사 결과 만족도가 매우 낮으며 해마다 명퇴하는 교사들도 증가한다. 특히 과도한 업무와 학부모의 민원과 간섭을 힘들어하며 퇴근 후 울리는 문자와 카톡에 정신적으로 시달린다고 한다.


어렵게 들어간 교대생들의 자퇴도 늘고 학교 현장에서 일하기 두렵다며 진로를 바꾸고 싶어 하고 자살한 교사의 사건을 접한 동료 교사들의 교권 회복을 위한 시위로 이어지면서 학교 현장이 혼란하다.


이번 초등 여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평소에 학부모님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는 지금 수사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꿈 많던 새내기 2년차 교사가 그것도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까지 하면서 알리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문제가 드러난다면 책임도 물어야할 것이다.


이 사건 후 교사가 발달 장애 학생을 훈육했다가 학생들 앞에서 폭행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기사에 또 한 번 놀랐다. 발달 장애아라는 전제가 있다 해도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모두에게 상처이다. 학생 부모님은 사과는 커녕 학생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고소했다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이어 이어진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보도 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요즘 학부모들은 예전의 학부모와 너무 다른 세대이다. 촌지까지 주면서 자녀들을 부탁했던 부모 세대도 있었다. 잘못된 촌지 문화는 곧 바로 개선 되고 김영란 법으로 3만 원 이상 선물도 못 하게 제도화 했다.


지금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는 교육을 많이 배운 세대에 의식까지 바뀌면서 가르치는 교사를 도구나 기능적 존재로만 여긴다.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으면서 공교육을 등한시하고 아이들이 귀해진 시대가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곳도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곳도 모두 학교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수고와 노고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가 자란다. 교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은 자녀를 맡긴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며 교권 침해를 절대 해선 안 된다.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벗어나 가장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배우는 학교에서 학부모의 폭언과 민원 제기. 지나친 개입 등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까. 체벌이 금지된 현장에서 문제가 될까봐 아예 학생 지도를 포기하고 방관하는 선생님. 학생들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 그 속에서 선생님들은 좌절한다.


학생들과 사제지간의 정도 나누지 못하고 고민하면서도 학생들의 지도를 포기하고 있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고 체벌을 금지한 대신 대안책이나 메뉴얼이 필요할 때이다.


가깝게 알고 지내는 지인들 중에서도 아들과 딸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가 되었다. 한 딸은 졸업 후 2년 간 임용에 매진해 지금 3년차 중학교 교사. 한 아들은 1년만에 임용해 합격해 고등학교 교사로 발령 받은 새내기 교사이다. 경력 3년차 교사는 벌써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말하고 새내기 교사는 오자마자 담임을 맡아 열의를 갖고 일할 때쯤 학생지도에 학부모님이 개입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후로 벌써 열의가 꺾였다고 했다.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니 그 상실감과 좌절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새내기 선생님이라 더 견디기 힘들었지도 모른다. 3년차 교사와 퇴직한 교사 분이 이제 시작이라며 더한 일도 겪을 거라면서 강해지라고 조언해 주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교권이 추락 됐을까. 외동이로 키우거나 부요해진 세대에서 귀하게 자란 아이들인 만큼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려면 존중과 신뢰를 먼저 배우게 해야 한다. 학부모는 자기 자녀들을 맡겼다면 교사를 믿고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개입해선 안 된다.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 신뢰가 형성 되어야 한다.


물질의 풍요를 겪으면서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아노미 현상처럼 사회가 혼란해져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개인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교권이 존중되고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적합한 학교현장이 될 수 있도록 바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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