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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오지 못한 서울의 봄

ㅡ'서울의 봄' ㅡ


스트레스 지수. 심장 박동수를 높인다는 사실로 뜨고 있다는 영화. 일주일만에 300만이 본데다 평점까지 9점대인 잘 만들어진 영화 '서울의 봄' 을 보고 나도 동일한 마음을 느꼈다. 이번 영화는 특히 그 시대 태어나지 않았던 20.30세대들의 관심이 더 뜨겁다고 한다. 우리의 답답한 정치와 군부에 대해 화가 나고 민주화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심란하고 복잡했다.


 1979년 일어난 12.12 사태는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선 뒤에 군사 반란. 군사 구테타. 군의 하극상 등으로 명명되었으며 그 날의 진실은 뒤늦게나 밝혀졌고 당시엔 국민들이 제대로 알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 당시 경기도 변두리에 살면서 어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어른들조차도 언론을 막고 눈을 가리고 뷔를 막고 입을 막아서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 이후 혼란해진 틈을 타서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사 구테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시민들에게 1980년 5.17 계엄령을 선포하며 제 5공화국을 출범시키고 계엄령을 반대하며 끝까지 항쟁하는 광주 시민을 5.18 때 무차별하게 진압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1987년 6월 항쟁은 모두 연관 되었다는 진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뒤늦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이었다.


 1980년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도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서 뒤늦게 알았던 시대이니 우리 정치가 언론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었고 정경유착이 얼마나 심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12.12 군사 반란이나 광주 사태를 북한 공비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특수부대가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는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진압을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그 이후에 밤낮없이 시위하는 대학생들과 자유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는 정치적 혼란과 나라를 망친다며 비난했으니 말이다.


 88 꿈나무 학번이던 난 대학생이 되어서도 무지했다. 신촌에만 가면 체류탄 가스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그들을 원망했다. 어른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시위나 한다고 질책했고 나도 도대체 무슨 일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다. 나중에 5.18 광주 사태가 군사 정권에 의한 무자비하고 과도한 진압이었다는 사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진실과 사진이 유입되면서 전국 항쟁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후 88 올림픽이 치러지면서 정치 억압이 억제되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우리 국민은 너무나 무지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정치에 무관심 했거나 신군부 독재가 두려워 하고 싶은 말도 못했거나 둘 중 하나였던 시대였다. 신군부대에 반대하는 이들은 인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고 삼청 교육대에 끌려가 순화 교육이란 목적으로 인간 취급도 못 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던 시대였다. 꼭두각시 언론에 소설까지 검열 당하며 불과 우리의 민주주의는 40년 안팎 밖에 되지 않는다니 참 소중한 자유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은 참담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 정치와 군사 독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나라가 위기에 놓였는데도 함께 싸울 군부대가 하나 없는 것이 무슨 군부냐는 자조섞인 말이나 사령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끝까지 지키다가 전사한 군인들이 너무 가슴 아팠다. 자기만 살겠다고 미군용산 부대로 피신한 국방부 장관의 행보와 끝까지 진압하려는 사령관의 지휘권을 박탈해 싸우지도 못하게 만들고 강한 설득에도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판단을 하거나 정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군부 편에 선 썪어빠진 기득권자들을 보니 너무 화가 치밀고 한심스러웠다. 구테타를 제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와 상황이 있었음에도 어떻게 그런 흐리멍텅한 판단력으로 질질 끌려만 갔을까. 육군 본부를 버려두고 도망가는 모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똑똑하고 분별력 있는데다 애국심까지 큰 인재가 허무하게 무너진 마지막 모습과 그들의 말로를 알기에 너무 답답하고 비참하고 안타까웠다.


 독일의 나치당 수장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한민족이 멸족 위기에 놓였던 것처럼 한 사람의 독단적 판단과 지나친 권력욕과 과욕이 얼마나 나라를 망치는지 여실히 보여준 영화였다. 군사 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8년을 대통령을 지내고 함께 손을 잡은 그들이 요직과 국회위원을 차지하며 그들만의 리그가 그토록 오래 이어진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민주 항쟁으로 물러나면서도 그 후에도 같은 권력자로 이어진데다 문민 정부가 들어서 그들의 죄가 처벌 되었어도 금방 사면된 처사나 우리 정치는 정말 배울 점이 하나도 없는 정치였다. 그러니 권력에서 물러나기만 하면 감옥행이고 예견된 추락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죄를 묻지도 못 하고 단죄도 못한채 끝나버린 그들의 악행은 우리의 민주화와 나라의 발전을 더디게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나라의 바른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도덕적이고 청렴한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주변에 바른 말과 바른 조언을 하는 조력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고 세계적 명성이 높아질수록 정치만 잘 하면 문제가 없는 나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더 이상 국민이 신뢰하지 못 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얻고 큰 지지를 받고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닌 국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민심을 살피고 경제가 안정 되는 제재로 된 정치를 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현 정부도 아직 3년 밖에 안 됐지만 너무 시끄럽기만 하다. 언제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정부를 신임하는 시대가 올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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