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속에 갇힌 자매
ㅡ '채식주의자' 를 읽고ㅡ
채식을 고집하게 된
영혜 기억 저편
트라우마에 빠질 만큼
충격적이던 학대의 경험
무의식 속에 잠들었던 기억이
치유 받지 않고 남아있던 기억이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평범한 일상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단지 육식만이 아닌
보통의 삶까지 거부해
어떤 노력도 이길 수 없을 만큼
육신과 영혼이 지쳐 병들어갔다
인혜 역시 강한 게 아닌
어릴 때 몸에 배인 습관적 인내와
삶을 살아내는 강인함이 있었기에
간신히 붙들고 있다
떠날까 두려운 동생에 대한 연민
남편에 대한 배신과 수치에도
아들에 대한 모성과 책임감으로
삶을 희생하며 강하게 버텨낸다
제일 이해할 수 없는 한 사람
예술적 감각이라고 하기에도
육체적 욕망이라 하기에도
용서받을 수 없기에
모든 걸 잃고 두 눈에 비친
공포감조차도 비굴하게 느껴져
아무 연민도 들지 않는 인혜 남편이다
영혜 인혜 모두 깊이
상처받고 고뇌하는 이들이며
또 다른 누군가의 투영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