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을 향해 가는 사랑
ㅡ'사랑 후에 오는 것들'ㅡ
일본 남배우와 한국 여배우로 화제가 됐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란 드라마는 가을 감성을 자극한 사랑 이야기였다. 보는 내내 설레이는 이런 감정 정말 오래간만이다.
선해보이는 사카구치 켄타로란 남자배우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이세영 배우가 참 잘 어울렸다.
남자의 시점은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와 여자의 시점은 우리나라 공지영 작가가 한일 우호의 해를 맞은 기념으로 쓴 합작 소설이란 작품이라고 했다. 그 소설을 참 아름답게 그려낸 드라마였다.
가을은 이상하게도 센티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옛 추억이 떠오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묘한 자극을 주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더해지니 감성을 제대로 자극시켰다.
주인공 최홍과 아오키 준고의 국경을 넘은 사랑 이야기는 금방 빠져들게 만들었다. 무작정 떠난 일본에서 홍은 준고와 처음 만나 호감이 사그이 되고, 작은 인연은 사랑이 된다. 하지만 준고는 너무 바빴고, 이국 땅에서 혼자 견디는 홍을 힘들게 하며 이노카시라한다.
이노카시라 공원의 벚꽃 핀 봄날과 그곳에서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이 압권이다. 벚꽃을 보면서 한국어로 "예쁘다"란 말을 처음 배우고는 여자 친구에게 해주는 예쁘다란 말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렸다. 마치 자신에게 들려준 것처럼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윤오와 베니란 애칭으로 서로를 부를 때나 꽁냥꽁냥한 둘의 사랑스런 몸짓과 말했이 대리만족을 주고, 추억을 불러오게 했다.
외로웠던 일본 생활에서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준 준고였지만 함께 꿈꾸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만 했던 준고는 홍을 외롭게 만든다. 자신보다 늘 일이 우선이었던 준고에게 서운한 홍은 또다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다.
홍은 "그는 한번도 일하지 않는 시간이 없었다." 란 독백을 한다. 성실한 그였지만 이방 땅에서 준고가 아니면 늘 혼자였던 홍을 외롭게 만든 건 준고의 책임이 컸다. 하지만 준고도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젊음은 뜨겁기도 하지만 치열하기도 하다.
아버지가 하시던 출판사가 어려워져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옆에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던 그에게 상처받은 홍은 모진 말을 내뱉고 한국으로 가는 그녀를 붙잡을 용기를 내지 못한 건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었을까.
5년 뒤 성공한 작가가 된 준고와 출판사에서 보낸 통역사 대신으로 온 홍이 공항에서 다시 재회할 때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다시 사랑이 시작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들을 너무 멀어졌고, 그녀 옆에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민준이 있었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어도 미련은 계속 남았다. 홍도 그를 잊지 못했지만 옆에 헌신을 다해준 남자친구가 있어 애써 혼란스런 감정을 외면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가 뛰는 공원에서 기다렸지만 외면 당했고, 다시 돌아왔을 때 기다려주지 않은 그에게 서운하며 그들의 사랑은 계속 엇갈렸다.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소설 속 주인공과는 어떻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준고는 소설은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결혼해서 떠나자는 민준의 청혼을 거절하고 다시 혼자가 된다.
투정부리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생일 케잌을 사서 호텔로 갔지만 그의 옆에 있던 칸나를 보고 홍의 사랑은 그렇게 끝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멈추지 못한다. 5년 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는 준고의 말은 사실이었다.
홍도 용기내어 그에게 전화해 오해를 풀었지만 남자친구에게 멋진 청혼을 받았다고 거짓말 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뒤돌아서 차안에서 우는 홍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끝까지 마음을 숨기기만 하니 답답했다.
둘은 함께 있어야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일본으로 가는 날. 홍을 만나러 준고는 그녀가 매일 뛰는 공원으로 가서 그 옆에서 함께 뛴다. 이제 그들은 나란히 뛴다.
홍이 떠난 뒤부터 그리워하며, 그녀 마음으로 가기 위해 매일 달렸다. 홍이 뛰던 곳에서 혼자 뛰면서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고, 외롭게 하고 아프게 한 걸 후회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매일 뛴 그녀의 외로움을 몰랐다고 사과했고, 홍은 달리지도 못했다고 했다. 투정만 부려 후회했다고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준고도 힘든 걸 몰랐다며 사과한다.
이제 홍은 자기 사랑에 용기를 낸다.
드디어 둘은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간다. 축복하듯 눈이 내린다. 다시 봄이 왔다. 그들은 계속 함께 뛴다. 봄에 핀 꽃들은 겨울의 답장이란 말이 참 아름답다.
인터뷰에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랑이 지난 후에 사랑이 이해되고, 후회한다고 말한다. 슬픈 아이러니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후회도 깊다고 말한 대사가 꽂혔다.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선 맘껏 사랑하고 표현하며 외롭지 않게 해야 한다.
홍이 아버지의 옛 일본 연인을 만났을 때 할아버지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해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함께 가잔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답한다. 타국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만 보고 살 자신이 없었다고 말이다. 홍의 사랑은 꼭 이루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혔을 때 그녀는 그때부터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이 이제 용기로 바뀌어 기뻤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행복이거나 불행이거나 미련이나 후회 등 여러 감정이 남을 수 있다. 결실을 맺은 사랑이 아름답게 꽃을 피워 풍성한 열매를 맺기도 한다. 뜨겁게 사랑했음에도 그 끝은 마치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랑한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옆에 있는 것으로 마음의 안정과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말이든 행동이든 상대방을 외롭거나 공허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사랑은 이루지 못하면 더 아쉬움이 크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첫사랑을 이루지 못해 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미완성이던 둘의 사랑이 완성으로 향해 나아갈 것이다. 서툴러서 더 애절했던 사랑이 앞으로 함께 하며 눈부신 젊음의 빛이 퇴색될 때까지 이제 사랑의 마음이 계속될 것임을 확신한다. 음악과 영상미와 둘의 애틋한 눈빛이 제대로 가을 감성을 자극하며 사랑. 이별. 재회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 여운이 오래 남는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