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고 들어가는 것과 열고 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열고 들어갈 때는 안에 있던 사람들을 처음 보는 것이지만, 열고 나갈 때는 안에 있던 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며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 쪼여서 못 살겠다...’
집중력이 점점 사라지고, 실수가 늘어나고… 더 이상 있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문제는 내 손으로 문을 열고 나간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백인들만 있는 곳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1년이 다가도록 적응을 못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매일 밤 냉장고를 열고 스트링치즈를 찢어 먹었다. 여담으로, 그래서 그 때 키가 훌쩍 자랐다.
매주 단 한번 엄마와 전화를 할 때마다 엉엉 울었는데 그럴거면 오라는 엄마의 말에도 ‘아냐!!! 그건 싫어… 포기는 절대 안해’ 라고 말하던 나였다.
항상 그렇게 꾸역꾸역 인내는 미덕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러다 자율성 ‘0’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보고 더 이상 인내는 미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하자마자 약국에 취직한 이후 자율성이 점점 떨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규칙과 정답만 있는 그곳은 내 성질과는 상극이었다. 잠깐은 맞춰 살 수 있으나, 평생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웠다.
더 이상 늦으면 안된다. 일단 회복이 먼저니까. 그만둬야겠다 생각하며 금요일 아침에 10분 일찍 출근했다.
근데 그날따라 상무님의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상무님이 휴가랜다.
가슴 가득히 올라온 퇴사이야기를 한숨을 내쉬며 내보냈다.
주말을 보내고 나니 당장 내일 또 출근이다. 이제는 내 손으로 이 문을 열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