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문-2

by 썸머트리

TCI 검사중 위험회피가 99%로 나온 것을 보고 충격을 먹기도 했지만,


좋았던 것은 ‘아, 내가 다른 사람보다 과도하게 두려워하는구나. 그럼 내가 두려워하는 것 중에 안 두려워해도 될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되겠다.’로 생각이 연결된 것이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은 관계의 불안정성인데, 역시나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관계이다.


‘썸머씨, 교회 말고 다른 사회 모임을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 근데요. 교회 모임 이외의 모임을 가면 좀 공허하고.. 가치관이 맞지 않아서 이야기도 잘 안 통하고요. 무조건 술이 끼다 보니까 술을 안 마시는 저를 불편해하는 것 같고…;


‘관계가 항상 성공해야하는 것은 아니에요.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있고, 거절 당할 때도 있고, 공허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충만할 때도 있고… 깊어질 때도 있고 분해될 때도 있는 것에요.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요.’


언젠가 내가 넘어야할 산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20대 이후로 깊게 들어간 공동체는 교회 뿐, 다른 곳에서는 항상 겉돌았다. 내 안전지대를 넘어가기엔 너무 두려웠다. 왠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별나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공허해지기 싫었고, 상처받기 싫었다. 그래서 항상 맞지 않은 퍼즐같이 사회에 억지로 껴 있었다. 사회생활을 안 할 순 없으니까


‘썸머씨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에요.’


맞다. 그런 사람인데, 사회에서는 잔뜩 주늑이 들어 사람들로부터 도망가기에 바빴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이번에는 퇴사 이후로 나를 바라볼 약국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이 간절한 나는 6시 퇴근하시는 상무님을 뒤를 조용히 따라가 퇴사에 대해 말씀드렸다.


8월 중순에 퇴사를 하겠노라고.


웃고 있던 상무님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바뀌고 몇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몇초인데도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요. 계획이 있으면 계획을 따라야죠. 다른 약사님을 어서 찾아봐야겠네요.’


열렸다. 두번째 문.

이제 그 문을 통과하며 시선을 견뎌야한다. 무뎌져야한다.


‘썸머씨. 선택하고 그 선택을 따라가는 즐거움이 얼마나 좋은 줄 아세요?’


내가 내린 두번째 선택.

얼마만에 느끼는 해방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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