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크루와 북클럽과 스마일라식

운동탐험기2

by 썸머트리

심리검사에서 0%가 나왔던 자율성…ㅎ

자율성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키워진다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정의와 동일하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고.


스스로 미성숙하다 생각했던 것은 모든 결정을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묻고 또 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남에게 돌렸다.


내가 좋아서 내린 결정이 없었기에 나의 선택을 믿을 수가 없는 건 당연한 것.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는데 신뢰를 어떻게 쌓을까.

스스로를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기회를 주어야만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에게 선택을 할 기회를 주기로했다.


20대 내내 손가락만 빨며 고민했던게 제목의 3가지다.

러닝크루, 북클럽, 스마일라식


그중 스마일라식은 돈이 들어 못한다해도 나머지는 왜 못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켰던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데도 교회 밖 사람들을 만나질 못했다. 글에 여러번 썼다만 그냥 무서웠다. 어떻게 보일지 몰랐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으면서 좋은 사람만 만나고 싶은 나의 욕심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 퇴사를 하고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뛰는 것은 오른쪽 발목과 무릎이 아픈 나에겐 조금 무리였다.

헌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대로 배우면 덜 아프면서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정식으로 배울 수 있는 러닝크루를 찾기위해 다시 인스타를 마구 뒤져보기 시작했다.


오? 뛰다 걷다가 가능한 크루가 있었다.

2달에 11만원..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난 이제 어엿한 사회인, 수중에 돈이 있다.

중간중간 훈련과 교육이 있었고 나로선 너무 감사하게도 7:30 페이스 팀도 있었다.

도전을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게 생각났다.

‘결정하면 그냥 하는거에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지금까지 총 3번의 세션을 나갔다.

꼬박꼬박 7:30 페이스 팀에 껴서 아주 성실히 달렸다.

반포한강공원, 국회의사당, 경복궁까지 1시간 넘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가서 일단 달렸다.


달리기에 지식이 많은 페이서분들이 아프지 않게 뛰는 법, 스트레칭하는 법, 달리고 난 후의 주의사항들을 알려줘서 실제로도 적은 통증으로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최악의 실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옆구리가 아프다며 손으로 부여잡은 동료들을 보며 내심 놀랐다.

3-4년 조금씩 달린게(합쳐봤자 210km 정도였다.) 소용이 있었나보다.

비교를 하는건 좋지 못하다지만, 지금까지 난 뭘 두려워했던거지? 싶었다.


러닝크루에 들어갔다고 말하니 친구들이 목표 페이스가 있냐고 물어봤다.

없다고 했다. 진심이다.

나는 그냥.. 너무 행복해지고 싶어서, 자율성을 키우면 우울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해서 용기내어 크루에 가입한 거였다.

또한 실제로 달리면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가 아닌 달리기 자체가 목표가 된 것일 뿐이다.


예전 같으면 빨리 페이스를 올리고 싶었을 텐데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달리고만 싶은 나는 달린 후 관리에 더 신경쓰기로 했다.

아이싱을 해주면 회복에 좋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지만 귀찮으니 찬물샤워로 대체하기로 했다.


따뜻한 물을 틀어 몸을 풀었다가 차가운 물을 튼 후 에라 모르겠다 냅다 머리를 들이밀고 차가움을 참아보았다.

오? 다음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분명히 혼자 달릴 때보다 많이 달렸음에도 발목이나 무릎이 덜 아팠다.

요가를 하고도, 런닝을 하고도 차가운 물에 샤워하는 것을 습관을 들였더니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찬물 샤워를 한다.


내가 선택한 러닝크루. 돈도 11만원 입금했겠다. 2달은 정말 성실히 나가봐야겠다.

기수 마지막 세션에 7:00 페이스 그룹에 들어가 달려보는게 작은 목표이다.

무리하지 않고 몸을 잘 살피며:)


이번에 런닝을 하며 느낀게 있다.

진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번에야 가슴에 새겨진다.

과정을 즐기면 결과는 따라온다는 것을. (정확히 말하자면 과정을 즐겨도 된다는 것)


목표를 높게 잡을수록, 그 목표가 너무 간절할수록 우리는 쉽게 지치고, 실망하고, 좌절한다.

항상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처럼 살아왔기에 관계도, 공부도, 일도 과정이 즐겁지가 않았다.

미래에 있을 그 보상을 위해 어거지로 참거나, 다그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럼 나는 정말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이었나? 사실 그것도 착각이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하나님이여 주의 생각이 내게 어찌 그리 보배로우신지요 그 수가 어찌 그리 많은지요

내가 세려고 할지라도 그 수가 모래보다 많도소이다 내가 깰 때에도 여전히 주와 함께 있나이다

시편 189편 16-18절


나는 근거가 없으면 도통 믿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매번 왜를 묻는다.

모태신앙이라 그 근거를 성경에서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벼랑 끝에 매달려있지 않았다.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이었을뿐이다.

온 인류의 모든 날이 주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생각은 항상 보배로웠고, 내가 자고 있든 깨어있든 항상 그와 함께 있었다.

나는 벼랑 끝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있었을 뿐이다.

설령 그곳이 실제로 벼랑 끝이었더라도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 신호와 함께 언제든 뛰어내려도 안전히 착륙할 수 있도록.


내 안의 이성에게 사랑받고 싶은 결핍감과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두려움이 언제쯤 사라질까 싶다.

한 평생 씨름하는 마음이다.

풀어내지도 못하고 없애지도 못하는.

어떤 관계든 빨리 정의하고 싶은 욕심도 이 불안에서 일어나는 것일테다.


빨리 정의하는게 하나님께 중요할까? 찾아가고 배워가고 행복해져가는 그 과정을 온전히 누리기를 주님은 원하지 않았을까?

현재를 사는게 여전히 어렵지만, 빨리 정하고 싶은 이 마음 내려놓고, 심호흡하고, 다치지 않게 천천히 가보자. 그냥 도망가지만 말자.


하나님, 행복하게 누리는 것 제일 못하는 거 아시죠.

주님이 주신 기회와 환경들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미래에만 눈길이 박혀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결정되지 않은 것을 어서 결정하기 보단 오늘을 잘 살 수 있게 이 마음 다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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