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니가 되어간다

운동탐험1

by 썸머트리

정신과를 가지 않으려면 매일 운동을 하란 충고에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이 나와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안그래도 3-4년 전부터 조금씩 러닝을 시작해서 이제 4키로 정도는 인터벌로 뛸 수 있는 정도다.

다만 근력이 워낙 부족해서 오른쪽 무릎과 발목의 통증 때문에 숨이 남아도 자꾸 멈추게 된다.

그럼에도 근래에 종종 나가 뛴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거의 못하는 내가 그 순간만큼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근력을 보충해서 매일 안 아프게 달리긴 힘드니 우울증에 또 어떤게 좋을까 생각해보았는데, 2년 전에 집 앞에 생긴 요가원이 생각났다.

작년에 잠깐 1달을 찍먹하듯 했는데 유연성이 워낙 없고 재밌다는 생각이 안들어서 금방 그만 두었다.

근데 이걸 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굳게 마음을 먹고 요가원에 방문했다.

두명의 요가 선생님이 수업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런가, 작년에는 안보이던게 보이더라.

두분 다 미소를 짓고 계셨는데 그 미소가 뭐랄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함에 뿌리를 두고 나오는 미소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몸은 뭐 말해 뭐할까 헬스도 병행하셨겠지만 여전사의 몸이였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헬스트레이너 쌤 몸보다 멋졌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가 삶인 그들의 미소와 몸을 보니 나도 꾸준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한지 한달 차다. 그리고 요가, 정말 좋다.

구민체육센터에서 하던 요가와는 차원이 달랐다.

처음 시작할 때, 그날의 주제를 들고 오신다.

예를 들면 ‘여러분, 사랑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라고 물으신 후 조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그 사랑을 여러분 스스로에게 해주는게 어떨까요?‘라고 물으며 명상에 들어간다.

그 후 동작을 하나하나 시작하는데, 머리를 비우고 동작에만 집중하다보면 힘든데 평온한 이상한 상태에 들어간다.

명상하타, 레볼루션 플로우 등은 릴렉스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쓰며 집중해야하는 동작들이라 거짓말 안하고 땀을 두바가지 흘린다.

힘을 쓰느라 울끈불끈 이마의 핏줄이 보이는 선생님들의 동작을 보다보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 요가복도 너무 탐나서 펄럭이는 요가바지와 쇄골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요가상의를 1벌씩 구매해버렸다.


런닝과 요가 중에 어떤 것이 더 불안감 해소에 효과적인지 비교해보면 아직은 요가인 것 같다.

런닝은 러너스하이까지 가기엔 발목과 무릎의 통증이 꽤 있어서 일단 근력을 키우는게 우선인 것 같고

무튼, 다음달에는 요가 주 5회로 결제하기로했다.


돈이 마구 나간다… 근데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돈 그게 뭐 대수라고,

그래도 약국알바를 다시 찾아보아야겠다.


아, 물론 운동으로 내 안의 결핍감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진않다.

경험한 바로는 운동하고 한 1-2시간 정도만 기분이 유지되고, 낯설고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면 부정적인 생각이 다시 올라온다.

습관이란게 참 무서운 것 같다.

희망적인 것은 운동을 오래하다보면 새로운 뇌의 신경들이 생겨나 과거의 트라우마나 기억들이 덜 떠오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나와 내 미래의 남편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요즘 너무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게, 회복의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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