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서른에 첫 직장생활. 그 끝은 1년만의 권고사직이였다.
‘썸머약사님은 저희 약국과 어울리지 않아요.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까 천천히 다음 직장 알아봐요.’
몇주 전 우연히 취업공고에 우리 약국 취업자리가 뜬 것을 발견하였다. 그 때 약사들의 구성은 1년차인 나, 취업한지 1년 조금 넘으신 7년 경력의 약사님, 국장님 아들, 그리고 파트로 일하시는 중년의 약사님이었다. 의사파업사태로 정규직이 아닌 파트로 뽑은 상황이었기에, 상황이 이전보다 안정화되면서 파트로 일하는 약사님이 내보내지는 것인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불과 퇴근 5분전에 들었던 이야기.
당장의 문제는 다음날 교회 고등부수련회 마약중독예방강의 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정을 워낙 많이해서 아직 외우지 못했는데 이 정신상태로 강의준비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퇴근 후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강의를 준비했다.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끝낸 후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있었다.
침대에 누우니 심장이 마구잡이로 뛰었다. 내일까지 어떻게든 버텨야한다.
아침에 아버지 차를 타고 교회 수련회 장소로 갔다. 준비를 하며 가야했지만 아무런 힘이 안났다. 부디 그동안 해왔던 것이 강의 때 발휘되길 바랄 뿐이었다.
강의는 예상 외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나는 멋진 가면을 썻고, 떨림 없이 강의를 해냈다. 반응도 좋았고, 선생님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내 심장은 하루종일 두근거렸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어김없이 월요일이 왔다.
약국에 돌아오고 직원분들과 약사님과 함께 얘기하다보니 전후관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던 때에는 이미 내정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내정자가 올 날짜는 이미 정해져있었고, 국장님은 그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직원분과 대화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실.
내정자가 올 날짜 전으로 퇴사일자를 잡고 꾸역꾸역 약국으로 나갔다. 매일 속으로 [유종의 미]를 외치며, 간절히 기도하며, 약국으로 출근했다.
마지막 점심 때 국장님과 식사를 했다.
‘큰 약국 말고 작은 약국이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우리 아들, 딸이 무례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이미 마음이 텅 비어있던 나는 ‘네, 잘 찾아볼게요. 이해합니다.’로 그 대화를 끝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1달을 쉰 나는 그 시간이 불안했다. 이미 늦은 것 같았고, 다른 곳에서 나를 증명해내고 싶었다.
더 큰 약국으로 갔다. 이번에는 9명의 약사가 있는곳.
3개월이 지난 지금 국장님이 해준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