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리 - 배우자의 불편한 이성친구]
'그 여자는 누구야?'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속으로 흐르는 식은땀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연인, 부부 관계에 있어 이성 친구 문제는 단골 논제다. 이성 친구 문제의 저변에는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없다'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나도 여러 번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지만 결론적으로 얻은 성과는 없다.
남편은 요새 흔히 말하는 '인싸'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충분한 '인싸' 기질을 갖고 있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끊이지 않았고 당연히 여자 지인들도 많았다. 연애 초기 나와 크게 싸웠던 적이 있었다. 그 무렵 남편은 동기들과 점심시간마다 클라이밍을 한다고 했다. 전후사정을 몰랐을 때에는 그저 '시간을 알차고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멋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런데 여자의 '촉'이라는 것이 진짜 있을까. 남편은 평소 운동을 하거나 약속을 갈 때면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의 상세한 일정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회사 점심 운동을 갈 때는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궁금함에 못 이긴 나는 클라이밍을 누구랑 하는지 물어보았고 싸움의 전초전이 되고 말았다. 남편은 동기 3명과 운동을 했었는데 그중에 여자도 있었으며 성비도 2대 2로 딱 맞아떨어졌다. 남편은 분명 아무 사이도 아닌 관계이지만 내가 싫어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며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렇다. 분명 아무 일도 없고 으레 벌어질 수 있는 사회생활의 한 순간이다. 분명 그 아래에 불순한 의도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기분은 왜 이렇게 좋지 않은 것일까.
고민 끝에 남편에게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도 내 입장을 이해하며, 굳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조심하기로 했다. 나도 남편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남편의 인간관계를 존중하기로 했다.
'남편의 여자 지인'
단어만 들어도 피가 거꾸로 솟는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화만 내기보다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신통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는 없겠지만 꾸준한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진심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