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리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집에서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윽고 집에 돌아온 남편의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뭔가 말할 거리가 있어 보였다.
나의 직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
'간단한'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수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담낭에 혹이 보였고, 제거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복 기간을 고려해 2박 3일 정도의 병원 입원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가족의 건강문제에는 더욱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 그냥 물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가다 보이는 무서운 문장들이 자꾸만 기억에 남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최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은 수술을 받으러 떠났고 퇴근 후 이틀 밤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같이 지낸 지 1년도 되지 않아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함께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야 할 순간에 집에 혼자 남아있으니 공허한 기분이 나를 바짝 쫓아왔다.
기분 전환을 위해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기도 했지만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가 없었다.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마음이 쓰였다. 병원에 있는 남편과 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얼굴을 직접 보고 대화하는 것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마음을 다해 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 가득 찬 문장은
'남편이 빨리 퇴원해서 집에 왔으면 좋겠다'였다.
드디어 퇴원 당일, 퇴원한 남편을 다시 만나니 마음 한편에서 나를 괴롭히던 찝찝함과 공허함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단순히 결혼이라는 행위로 맺어진 형식적 관계가 아니라 진짜 가족이 됐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결혼을 하고 함께 지내며 알게 모르게 서로 스며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할 자신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일하게 내가 선택한 가족이자 또 다른 인생 2막을 함께 그려나갈 동반자라는 사실이다. 하루하루 남편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평범한 행복과 건강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