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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Jul 23. 2024

남편의 눈물을 마주하며

[ 1장 너와 나 - 배우자의 감정을 오롯이 느껴보자]

내 남편은 감정이 풍부하다.


만남을 시작한 지 한 달쯤 되던 때 큰 다툼이 있었고 남편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눈물의 원인은 본인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내가 완전히 오해해 버렸다는 속상함에 있었다. 솔직히 나는 빠른 시간에 속상함이 눈물까지 이어진 감정 회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저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슬픈 감정을 최대치로 표현하는 행위다. 감정의 단계를 적절히 지나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되면 눈물을 흘린다. 반면, 남편은 감정의 전이 단계가 무척이나 빠른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에도 쉽게 이입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아 오며 남편의 감정이 참 풍부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에 반해 나는 감정 표현이 단조로운 편이다. 대학 시절 나의 별명은 로봇이었다.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 능숙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MBTI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감정 표현의 방법을 두고서는 성격의 다양함을 실감하고 있다. 흔히 말해 T성향이 강한 나는 감정 표현이 화려한 편이 아니다. 내 감정을 단조롭고 무색무취한 문장들로 표현할 뿐이다. F성향이 강한 남편은 그때 그때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도 잘 표현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함께 생활을 하면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일까. 다 큰 성인이지만,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최근 들어 자주 머리를 스치곤 한다. 감정과 기분에 솔직한 남편의 모습이 새삼 새로웠고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서로의 순수한 감정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가 바로 부부가 아닐까.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점도 발견하고 그 다른 점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의 감정에 휩싸이기보다는 한 발자국 멀찌감치 떨어져서 오롯이 남편의 시선으로 그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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