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너와 나 - 가족 분위기가 결혼에 미치는 영향]
결혼은 서로가 좋아서 했지만 단순히 둘 만의 결합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을 통해 배우자의 가족들도 나의 새로운 가족이 되며 관계도 확장된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문장의 의미는 내게 참 소중하게 다가왔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남편 가족들을 만나며 흐릿해져 버린 안정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남편의 가족 분위기는 색깔로 표현하면 다채로운 편이다. 통통 튀는 듯이 밝고 활기차다.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았고 더 자주 보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다. 처음 남편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순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랜만에 느껴 본 활기에 많이 웃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
반면 우리 가족은 대체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화기애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적막하고 정적인 경향이 있긴 하다. 가족 간의 소통과 만남도 정해져 있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했고 안부 확인 정도였다.
결혼 초반에는 가족 분위기가 크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줄 알았다. 갈등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직관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자주 오래 보면 그다음 날은 꼭 쉬어야 한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긴장하곤 했다. 지하에 숨어있던 나의 텐션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이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갈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부모님께서 너무 편하게 해주시기도 하고 가족 분위기도 유쾌해 그 순간은 항상 재밌고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러한 즐거움이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은연중에 남편의 가족 분위기에 맞춰 좀 더 활기찬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나의 속도를 생각하지 못한 채 시부모님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다 보니 제풀에 지쳐버렸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가난해졌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에게 섭섭했고 잦은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것이 시급했다. 참고 참았던 고민들을 남편에게 털어놓았고 남편은 머리를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전혀 상상을 못 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 감정을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 충분히 당황스러울 만한 일이다. 그 이후로 남편이 중간에서 소통의 속도를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줬고 지금은 시부모님과 소통하고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치열하고 격렬한 순간들을 지나며 얻은 결론은 사람이 모두 같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에게 앞으로 다름을 직면하는 순간들이 또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혼자 삭히기보다는 직면하고 배우자와 함께 풀어가는 건강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