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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런 Jul 19. 2024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에게

[1장 너와 나 - 가족 분위기가 결혼에 미치는 영향] 

결혼은 서로가 좋아서 했지만 단순히 둘 만의 결합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을 통해 배우자의 가족들도 나의 새로운 가족이 되며 관계도 확장된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문장의 의미는 내게 참 소중하게 다가왔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남편 가족들을 만나며 흐릿해져 버린 안정감을 오랜만에 느꼈다. 


남편의 가족 분위기는 색깔로 표현하면 다채로운 편이다. 통통 튀는 듯이 밝고 활기차다.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았고 더 자주 보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다. 처음 남편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순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랜만에 느껴 본 활기에 많이 웃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 


반면 우리 가족은 대체적으로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화기애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적막하고 정적인 경향이 있긴 하다. 가족 간의 소통과 만남도 정해져 있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했고 안부 확인 정도였다. 


결혼 초반에는 가족 분위기가 크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줄 알았다. 갈등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직관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자주 오래 보면 그다음 날은 꼭 쉬어야 한다. 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긴장하곤 했다. 지하에 숨어있던 나의 텐션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이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갈 때마다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부모님께서 너무 편하게 해주시기도 하고 가족 분위기도 유쾌해 그 순간은 항상 재밌고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러한 즐거움이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은연중에 남편의 가족 분위기에 맞춰 좀 더 활기찬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나의 속도를 생각하지 못한 채 시부모님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다 보니 제풀에 지쳐버렸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가난해졌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에게 섭섭했고 잦은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것이 시급했다. 참고 참았던 고민들을 남편에게 털어놓았고 남편은 머리를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전혀 상상을 못 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 감정을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 것이다. 남편 입장에서 충분히 당황스러울 만한 일이다. 그 이후로 남편이 중간에서 소통의 속도를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줬고 지금은 시부모님과 소통하고 만나는 일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치열하고 격렬한 순간들을 지나며 얻은 결론은 사람이 모두 같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우리에게 앞으로 다름을 직면하는 순간들이 또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혼자 삭히기보다는 직면하고 배우자와 함께 풀어가는 건강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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