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너와 나 - 부부의 수면 시간, 정답은 없다]
나는 아침형 인간보다는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 퇴근 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공기마저 조용한 시간에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이 필요했고, 내가 다음 날을 살아가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결혼 전 연락을 할 때도 밤 10시만 넘으면 목소리에 졸음이 묻어났다. 일찍 잠자리에 든 만큼 기상 시간도 빠르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가며 하루를 시작하는 남편을 볼 때면 새로운 인류를 본 것 마냥 새삼 존경심을 느끼곤 했다.
존경심에서 끝날 것 같았던 내 마음은 결혼하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수면 시간도 맞춰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졸린 남편에게 밤 10시 넘어서까지 놀자는 말을 하기가 눈치 보였고 남편도 내심 얼른 가서 잠을 청하고 싶었을 터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론도 있고, 수면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결혼 후 초반에는 10시만 넘으면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정말 한 순간에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는가 보다.
나의 수면 패턴을 순식간에 바꾸려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용한 밤 시간에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잃게 되면서 조금씩 갑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혼 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지만 어딘가 혈이 막힌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면을 쓴 기분이었다.
고민 끝에 남편에게 수면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도 수면 시간에 대해 마음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방식이 있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맞추지 말고 여유를 가지자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밤에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는 거실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건지 혼자 살 때보다 수면 시간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수면 시간과 습관을 비롯해, 우리는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한 가면을 쓰기보다는 서서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