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런 Nov 09. 2023

취업만 하면 다 끝난 줄 알았지

[내향인의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Prologue] 또 하나의 전쟁터

'완생이 될 거야.'


내 이메일 폴더명 중 하나다. 드라마 '미생'이 한창 방영되던 때 취업을 준비했다. '완생이 될 거야' 폴더 속에는 온갖 입사지원 확인 메일, 합격·불합격 발표 메일로 가득하다. 폴더 제목처럼 취업만 하면 '완생'을 이루고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에 불과했다. 현실을 몰라도 난 너무 몰랐다.


취업을 해 직장생활을 하며 맞닥뜨린 현실은 전혀 새로운 곳이었다. 군기가 바짝 들어 연신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친 내게 돌아온 대답은 열심히 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조한 한 마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알지 못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면 직장 생활을 순탄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하지만 여러 개의 회사 조직을 경험하며 느낀 것은 회사라는 곳이 단순히 일만 잘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을 중심으로 잔가지처럼 엮인 수많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직장 생존법의 핵심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회사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했고, 이를 위해 나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매끄럽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했다. '주말에 뭐 하셨어요?'와 같이, 흔히 말하는 잡담(small talk)을 먼저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내게 직장은 정글이었다.


흔히 말해 '내성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년간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게는 '연차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어렵다. 그 말을 뱉기 전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외향성이 강한 사람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같이 내향성이 강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회사 조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함께 나누고, 그 과정에서 나를 탓하기보다는 사랑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